블랙 사바스의 데뷔 앨범입니다. 1969년 10월 녹음하여 1970년 2월 발표하였습니다. 앨범 커버에는 물방아간을 배경으로 검은 망토를 걸친 여인이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사진이 풍기는 기괴함은 밴드명 그리고 밴드의 사운드와 맞아 떨어집니다. 헤비 메탈의 신기원을 이룬 앨범으로 평가받은 1집은 2집과 더불어 블랙 사바스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첫 곡 "Black Sabbath(검은 안식일)"은 이 앨범의 대표곡이자 헤비 메탈(또는 둠 메탈)의 상징과도 같은 곡입니다. 메탈계의 또다른 강자 쥬다스 프리스트의 보컬 롭 헤포드는 이 곡을 지금까지 씌어진 곡 중 가장 악마적인 노래라고 평가하였습니다.
1960년대 미국은 베트남 참전 반대,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일련의 암살(인권 운동가: 메드가 에버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말콤 엑스, 블랙 팬서 프레디 햄프톤, 정치인: 케네디 형제) 등으로 비상구 없는 혼돈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당시의 극단적인 정치, 사회적 혼돈 속에서 이 곡이 나왔다는 사실은 시대에 부합합니다. 탈출구 없는 현실 속에서 운명 혹은 파멸로 상징되는 둠 메탈의 등장은 젊은이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곡 "검은 안식일"은 베이시스트 기저 버틀러가 어스(블랙 사바스에 조인하기 전 오지 오스본과 함께 한 밴드) 시절 오컬트에 빠진 경험을 토대로 작곡한 멤버 전원의 공동작입니다. 토니 아이오미의 기타 리프와 오지 오스본의 어둡고 절망적인 보컬이 극적인 효과를 끝없이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국내에 라이선스 LP로 뒤늦게 발매되었는데 턴테이블에 판을 걸자 스피커를 통해 뿜어나오는 사운드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2집: Paranoid, 1970
1970년 6월 16~18일 이틀만의 녹음을 거쳐 970년 9월 발표한 2집입니다. 앨범 커버에는 칼과 방패를 든 모델이 전쟁을 상징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편집광의 눈을 통해 드러난 현실로 읽습니다. 앨범명 패러노이드는 편집증적 또는 편집증 환자라는 의미이며 몇 번의 수정을 거쳐 확정되었습니다. 블랙 사바스는 앨범명을 발푸르기스로 하려고 했는데 어원은 발푸르가 성인을 기리는 성탄절 전야 행사이지만 사탄주의자들의 성탄절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앨범명은 다시 첫 곡의 "War Pigs"를 따라 "워 피그스(전쟁광들 또는 베트남전 옹호론자들)"로 변경되었으나 음반 출시 전에 패러노이드로 확정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음반은 1집을 능가하는 블랙 사바스의 역작이자 이들의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헤비 메탈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집: Master of Reality, 1971
3집 <마스터 오브 리얼리티(현실의 지배자)>는 1971년 2월 7~15일, 4월 6~13일 녹음하였고 1971년 8월 발표하였습니다. 1, 2집의 헤비 메탈의 이정표를 세웠다면 3집은 그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블랙 사바스의 사운드를 더욱 강력하고 묵직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1~3집을 이들의 삼부작 혹은 메탈의 3대 바이블이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습니다. 록과 메탈에 관련된 서적이나 비평에 블랙 사바스의 1~3집은 늘 언급됩니다. 세 장은 가까이 두고 꾸준히 비교,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2집 커버와 다른 심플한 디자인은 강력한 핵폭탄급 사운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 곡 "스위트 리프(마리화나)"의 도입부에 기침소리가 들립니다. 오지 오스본이 건네 준 대마초를 피다 기침을 하게 된 토니 아이오미의 목소리가 녹음에 삽입되었고 매우 독특한 곡이 되었습니다. "Children of the Grave", "Solitude", "Into the Void" 등 멋진 곡들이 많습니다.
4집: Vol. 4, 1972
1972년 5~6월 녹음하여 1972년 9월 발표한 4집입니다. 앨범명은 이전 삼부작 타이틀과는 달리 4권이라는 엉뚱한 이름입니다. 원래 B면 첫 곡인 "스노우블라인드(설맹, 눈의 빛반사로 인한 시력 장애)"를 앨범명으로 하기로 했지만 실제 의미는 이들이 연주 중에 쌓아 놓은 코가인을 가리키는 것이었기에 음반사에서 전격적으로 앨범명을 바꾸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카인에 빠진 이들이 만든 총 10곡은 빛을 발합니다. 국내에서는 작품의 배경이나 전후사정과 상관 없이 "Changes"가 록 발라드로 인기를 끌었으며 앨범은 라이선스 LP로 아주 뒤늦게 발매되었습니다. 4집은 리더인 토미 아이오미를 주축으로 블랙 사바스가 차제 제작한 첫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