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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공업자 Oct 06. 2024

벌금 2

<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2>

주중 한두 번은 형의 집에 들러서 형을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장애인 활동보조도 생각하고 있었으나 형은 오체(五體)가 멀쩡한 편이다. 형은 환시 환청 우울 불면증 등의 정신장애로 꾸준히 약을 복용해 오고 있으나 장애인 활동보조는 신체장애나 인지장애가 심하지 않은 이상은 받기 어렵다. 이번 벌금 건 경우처럼 안 좋은 일들이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안 될 일이라 주중에 사람을 써서라도 형을 챙겨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경제적 부담이다.


그러던 차에 한통의 전화가 왔다. 형의 거주지 주민센터에서 전화가 왔고 형의 안부를 물었다. 나는 형의 상태를 이야기했고 관계자는 형을 모시고 와서 장애인활동보조를 신청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일러 주었다. 일단 신청해 보라는 의도로 이해되었다. 


 형과 함께 주민센터에 들러 관계자를 만나고 안내에 따라 장애인 활동보조신청서를 작성했다. 형의 벌금에 대해서도 말하고 도움이나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요청해서 연락처도 받아왔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전화번호 132’은 장애인들의 무료법률상담이 가능하다고 했다. 뭔가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형 집에 돌아와 벌금 500만 원 고지서에 나와 있는 검찰청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대기가 길어지다 끊기기를 여러 번 만에야 전화가 연결이 되었다. 형의 벌금에 대해서 문의했고 당사자가 아니면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전환해서 형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담당자는 업무에 치이는 듯 목소리에 힘이 없고 힘들게 들렸다. 얼마 전 납부한 벌금 20만 원과 이번 벌금 500만 원에 대해 착오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문의했다. 담당자는 착오가 아니라 별개의 사건이라고 한다. 벌금 20만 원은 경미한 사안이었고 벌금 500만 원은 같은 집에 발생한 더 중한 사건이라고 한다. 불복한다면 법원에 가서 정식재판을 신청하던지 하라고 한다. 나는 사회봉사신청에 대해서도 문의했었고 안내해 준 번호로 전화를 했지만 통화는 안 되고 끊기기만을 반복했다. 결국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다시 주민센터에서 안내받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전화를 했다. 상담원과의 통화를 하고 싶었으나 대기시간만 길어지고 연결이 되지 않았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방문상담예약을 신청하라는 멘트만 계속해서 나왔다. 스마트폰을 통해 방문예약을 신청하려 했으나 대기 기간만 3주 이상이 걸렸다. 답답했다. 일이 시원히 풀리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 이었을까?

갑자기 형이 말했다. 김길동(가명) 경위에게 전화해 보면 알 거라고 했다. 자신의 조서를 작성하고 지장을 찍게 한 장본인이라고 한다.

오후 2시 28분, 00 경찰서로 전화를 했다. 여직원은 김길동경위의 직통번호를 안내해 주었다. 직통으로 전화를 다시 했고 전화를 받은 사람은 자신이 김기~형사라고 했으나 이름을 알아들을 수가 없게 대답했다. 김길동경위님을 부탁한다고 했더니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형의 일로 전화했다고 하니 야간근무라 18시 이후에 전화하면 된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나니 형이 화를 내기 시작한다. 김길동경위가 조서를 작성하고 자신에게 운이 좋다면서 지장만 찍고 가면 된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2 아웃이니 운이 좋다고 했단다. 형은 선처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지장을 찍고 집으로 귀가했다고 한다. 나는 형을 진정시키고 김길동경위가 출근한다는 18시에 전화를 해서 사건 경위를 들어보면 될 거라고 하고 형과 시간을 보내다 56km 떨어진 집으로 출발했다.

오후 4시 16분, 집으로 오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스피커폰을 통해서 형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경찰서에 지금 전화했더니 이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 거야!”

“김길동경위가 전화를 받았어!” 

“아까 저녁에(18시) 출근한다던 사람이 지금 전화를 받고 있다니까!”

“누굴 바보로 알고 있어”


형은 김길동경위가 훈방조치 한다고 지장을 찍으라고 해서 찍었는데 벌금 500만 원이 훈방조치냐고 하며 따져 물었더니 전화를 끊어 버렸다고 했다. 나는 형에게 알았다며 집에 가서 전화해 보겠다고 했다. 형의 말이 사실이라면 경찰들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경찰이 그렇게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출근해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을 없다며 18시에 출근한다는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집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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