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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쭈 Aug 19. 2023

1-5. 제대로 쉬고 싶어

쉼을 통한 WAI

ON&OFF [온 앤 오프]?

10대라면 아이돌을 떠올릴 수도 있고

그 이후 세대는 낯설지 않은 단어일 것이다.


‘온 앤 오프(ON&OFF)’ 포스터 tvN 출처


온 앤 오프는 2021년 방송 프로그램명으로도 등장할 만큼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어 왔다.

의미는 간단하다.

ON은 말 그대로 일하는 시간, OFF는 쉬는 시간을 의미한다.


누구보다도 바빴던 시기가 있었다. 한 달에 방송이 20개 이상이 넘었고 그 방송에 따른 미팅까지 하루를 제대로 쉬지 못했다. 공장처럼 하나가 끝나면 그다음 하나를 바로 준비하는 시기였다. 그렇게 달려온 나에게 방송이 10개로 줄어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런데 그때 생각해 보면 '잘' 못 쉬었다.


마음을 제대로 쉬게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을 벗어나 나만의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하지만 도착해서도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섭외 연락이 오지 않을까? 캐스팅 건을 기다렸고 여러 방송사 관계자들과 통화하면서 최대한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애썼다. 물론 노력은 가상하나 굳이 그 시간을 그렇게 써야만 했을까? 순간 '진짜 쉬러 와서까지 뭐 하냐?' 하며 제대로 휴식을 못하는 나에게 짜증이 났다. 그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패드 하나만 들고 근처 계곡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물에 발을 담그고 소위 물멍을 때리던 중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시를 썼다. 너무 웃기다. 갑자기 뜬금없이 시?라고 할 수 있지만 동기는 명확하지 않았다. 마음 가는 대로 썼기 때문이다.    



글을 보며 손가락이 접혔다면 사과한다. 사실 나도 움찔했다. 하지만 그때 그 온도 습도 분위기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때 깨달았다.


OFF마저도 치열하다면 우린 숨 쉴 공간이 없구나..


가끔은 풀어줘도 돼
자연의 흐름과 같이


자연스러운 자연처럼 OFF만큼은 ‘물’처럼 신경 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은 어떠한가? 쉴 틈이 만들어져야 여유 속 나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을... 그 때야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대기실에서 방송하는 친한 지인이 ‘너는 쉴 때마다 어떻게 자주 돌아다녀? 참 용기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응? 나를 놀리는 건가? 싶었다. 이야기를 이어가 보니 그 뜻을 알게 되었다. 난 시간이 있으면 자주 떠나는 편이다. 생각이 답답하거나 나에게 질문이 필요할 때 내가 평소에 있는 공간을 벗어난다. 새로운 장소와 분위기가 주는 약간의 긴장감 속에서 나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1-2편에서 말한 것처럼 글 혹은 말로 정리해서 표현하는 편이다.


다시 돌아와 친한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프리랜서들에게 쉬는 날 어디를 간다는 것 자체가 큰 용기인데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 부분이 신기하다고 했다. 우린 일할 때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쉴 때 잘 쉬어야 한다. 프리랜서가 아니어도 OFF를 잘 활용하는 현대인들을 잘 보진 못했다. '워라밸'이라는 말이 등장했지만 쉬는 날조차 마음이 분주하지 않은가?


생각해 보니 내 주변에 있는 것들도 다 쉴 땐 쉬더라... 요즘 이 날씨에 없어서는 안 될 에어컨과 선풍기는 겨울만큼은 기능을 멈춘다. TV는 우리가 잘 때 같이 숙면을 취한다. 열심히 학기를 달려온 학생들에겐 '방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만큼 쉼이라는 시간이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 나에게 질문해 보자.

OFF를 어떻게 보내는가? 여유가 있어야 틈이 생기고 그 틈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여정.


그것이 쉼을 통한 WAI(Who am 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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