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 - 나를 깨우는 행복
③ 거울 속 나에게 미소 짓기
이른 아침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몸을 뒤척이며 발로 이불을 걷어찬다. 힘겹게 침대에서 빠져나와 정수기에서 흐르는 공학적으로 유익한 것이 가득하다는 물을 한 잔 마시며 내 몸을 칭칭 감고 있는 이때까지 남아 있는 피로와 지난 시간 줄 곳 나를 따라다니며 힘겹게 했던 생각 속에 깊은 짜증을 몰아내려 노력한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이 ‘휘리릭’하고 날아갈 리는 없다.
욕실로 끌려가듯 몸을 이끌고 들어가 마치 훈련된 모습 인양 칫솔을 뽑고 치약을 눌려 짓이겨 바르고 입속으로 넣어 나를 짓누르는 모든 것을 닦아내듯 몸부림으로 이를 닦는다. 그리고 거울 속에 잔뜩 찌푸린 나를 쳐다본다.
항상 피곤에 찌들고, 웃음 기라고는 전혀 가지지 못한, 세상 시름을 잔뜩 얼굴에 안고 있는 듯한 모습에 칫솔을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을 것처럼 굳은 표정으로 하얀 거품을 흘리며 이 닦고 있는 나의 형상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물의 열기가 서린 거울에 뽀얀 안개가 되고 그 사이로 비친다.
지쳐 있는 듯, 무언가 불만에 가득 차 있는 듯, 내가 속해 있는 세상을 저주하며 강한 저항 의식이 얼굴 여기저기에 묻어 있다. 하다못해 양치하는 모습조차 그렇다.
나는 순간적으로 놀라 거울 속에 비친 나를 외면한다. 거울 속에 내 모습에 난 미안한 마음과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눈을 피하는 듯했다. 그래서 난 얼굴을 돌린다.
그런 내 모습에서 난 불만을 느낀다. 그 모습은 마치 사막에 우뚝 서 뾰족한 가시를 힘껏 드러내며 상대를 위협하고 자신을 찌르는 선인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시작은 늘 이렇게 경쾌하거나 상쾌하지 못한 채 시작된다.
거울 속에 나를 보면서......
그러다 문득, 언제나처럼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여 세면대에 서서 치약을 칫솔에 짓이겨 바르고 거울 속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른듯, 잠시 멈춰 나를 응시한다. 아주 천천히 얼굴 여기저기를 살피고, 구석구석을 바라보다 내 눈과 마주쳤다.
오랜 시간 살아오며 처음으로 겪어보는 거울 속 나와의 마주침이다. 순간 거울 속의 눈에서 작은 눈물방울 한 줄기가 얼굴 표면을 따라 살짝이 흘러내린다. 그 속에는 나의 많은 삶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듯, 거울 속의 나는 애처롭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쉽지 않은 많은 삶 속 시간의 이야기, 그 안에 고스란히 흔적으로 남아 있다.
시냇물이 흐르며 마주쳐야 했던 많은 시련과 고통과 풍요와 행복이 있듯, 나의 삶 속에서 내가 마주했던, 견뎌야 했던 시간, 참고 나아가야만 했던 불안과 고독의 시간,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 삶의 이야기가 그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지쳐 보였고, 피곤해 보였고, 세상에 저항하려는 모습으로 보였으리라, 내가 짊어진 짐과 그것들을 헤쳐 나가려 몸부림치던 모습, 무언가를 이루려고 노력한 나의 수고와 열정이 그 안에 담기어있었다. 오로시......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구나!’
‘지금껏 버티면서 잘 살고 있구나!’
‘그래서 지금 이렇게 무언가를 이루어 가고 있구나!’
‘설령 부족하고 모자란 삶이지만 허투루 살지는 않았구나!’
이제야 난 거울 속의 나에게 조심스럽게 미소를 보낸다. 누군가를 위로하듯, 누군가 삶의 전부를 인정하듯, 다정하게 그리고 최대한 상냥하게 거울 속 나에게 속삭여 본다.
“괜찮아! 수고 많았지!”
“이제는 너를, 거울 속에 나를 나도 사랑할께! 그게 나니까!”
“사랑해, 나의 삶 전부를......, 그리고 그 속에 모두를......!”
살며시 피어오르는 희망의 빛을 보며 그동안 나를 짓누르던 무언가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음에 담겨 있던 무거운 무언가가 조금씩 지워지는 듯, 가벼워지는 듯했다.
비로소 나는 나를 용서했다. 나는 나를 인정했다.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내 편이 되어주고자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련다.
행복은 항상 단순한 인정에서부터 시작되어 진다는 믿음을 갖는다. 거울 속의 나는 변함없는 나였다.
어릴 때 나는 거울 속의 나에게 웃어 주기도, 입을 맞추어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의 무게와 삶 속에서 좌절, 시련이 거울 속에 나를 내가 외면하고 비참하게 바라보게 했다. 그게 진정 내 모습인 줄도 모르고 그랬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힘이 되어주고, 의지가 되어주는 내가, 그에게 다가가려 한다. 거울 속 나에게......
그리고 그날 이후, 난 거울 속의 내 모습을 피하지 않았다. 아직은 어색하고, 서툴기도 하지만, 가끔은 뭐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지 부족하지만, 그 모습이 결국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제 앞에 서 있는 바로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분입니다.”
♥ 한 줄 여운
나를 미워하던 시간도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제는 그 마음에게도 미소를 건넨다.
♥ 오늘의 명언
“당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그것이 평생의 로맨스의 시작이다.”
— 오스카 와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