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윤정은
메리골드에는 해인이 운영하는 사진관이 있다. 세탁소안에 위치한 이 사진관에서는 마음을 찍어준다. 해인은 사람들의 얼룩진 마음을 세탁해 주면서 행복해했던 지은의 마음을 닮고 싶어 사진관을 열었다. 해인은 부모를 사고로 잃은 후에 오랜 시간 마음을 열지 않고 살았던 인물이다.
해인의 사진관에서는 소중한 것들을 찾고, 잊었던 혹은 깨닫지 못했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드러내지 않고 살고 있지만 가슴에 한 뭉치씩 슬픔과 외로움과 절망을 숨겨 놓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살아가는 우리네들이다.
메리골드는 두 면이 도시로, 다른 두 면은 바다로 되어 있는 언덕 끝에 위치한 마을이다. 선량한 사람들과 친절함이 상식인 곳이다. 이곳에 다리가 부러진 새처럼 절룩대며 기듯이 날아드는 사람들은 해인의 향기로운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다.
누군가는 사진 속에서 미래를 보고, 누군가는 잊었던 행복의 기억을 되찾기도 한다. 선한 사람들만 있을 것 같은 메리골드 마을에 가서 사진을 찍게 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돌아선다. 잊었던 행복 속으로, 힘겹지만 소중한 삶 속으로.
작가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손실'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얻고 있는 것과 손해 본 것은 무엇일까. 힘든 이들을 위로할 때 우리가 관심을 갖게 되는 것 중의 하나, 행복. 삶이 우울해질수록 우리 안에서 행복은 사라져 간다. 행복이 사라져 갈수록 우리는 더 절망한다.
깨닫기 전에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내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깨달음, 내가 찾아야 하는 것에 대한 소중함. 이 책은 조금은 신선한 소재로 전형적인 행복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이다. 숨어있는 행복을 찾는 이야기이다.
우리에게서 멀리 있지 않아 눈으로 읽어지고 마음으로 담게 되는 소설 한 권,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가을볕이 좋은 이 계절에 한 번쯤 방문해 보면 좋을 듯하다.
"그 사진을 볼지 말지도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사진을 보신다고 해서 저희가 미래를 바꾸어 드리지는 않습니다. 그저 선택을 하게 도와드릴 뿐입니다. 저도 정답을 찾고 싶지만, 아마도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는 물음표를 지닌 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집니다. 최선을 다해.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르죠." P.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