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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즈민 Aug 30. 2023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아직은 다가오지 않은 이별에 대해

농촌활성화사업 프로그램으로 그림책 출판 수업을 시작했어요.

수업 계획안이 만들어졌고 좋은 수업을 위해 준비도 많이 했어요.


예전 그림책은 유아나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보는 단순히 글을 읽히거나 독서를 위한 책으로 인식된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0세에서 100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책인 것 같아요. 한 주제로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요.

그림책 주제가 내 이야기가 되는 그런 시간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는 신기한 시간이 됩니다.


첫 시간 오리엔테이션, 이번 수업에 참여하신 분들은 두 번째 수업에서 첫 만남이었어요.

함께 그림책 출판 수업을 하게 된 수강생은 한글 공부하시는 어르신들입니다.

친정 엄마와 비슷한 연배 어르신들이어서 수업이 편하게 느껴졌어요.


이날 2차시 수업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문객을 위한 책갈피 만들기였어요. 손수 그림도 그리고 책갈피에 예쁜 글도 쓰셨어요.  보는 저도 뿌듯했어요.


그림을 그리시면서


"이런 그림은 70 넘는 동안 첨이데이"

"나는 그림 그릴줄도 모르는데 우짜노."


책갈피를 만드는 과정에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그림을 간단히 그리도록 하였는데 수없이 많이 본 꽃을 그리는 것도 고민되신다고 하시면서 처음 그리는 그림이 신기하기도 하고 처음이라 걱정도 되셨나 봅니다.


"야야, 괴안타. 그냥 그리고 싶은 거 그리면 된다."


대화를 듣다 보니 친한 사이인 듯 옆에 계신 어르신이 다정하게 말씀해 주셨어요.

저는 마냥 웃음이 나왔어요. 어르신 대화가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해 보였여요.


"아이고야 나는 이런 것도 처음 그리고 오리고, 삐뚤빼뚤 해가 괴안나?"

"기냥 해라. 괴안타."



그렇게 예쁜 할머니들과 예쁜 책갈피를 만들었어요.










본격적으로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첫 번째 책은 [가브리엘 뱅상] 작가의 [어느 개 이야기]입니다.




요즘 유기되는 반려견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되고 목탄 하나로 세밀하게 감정을 흔드는 작가의 그림에 모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그림책 하나로 시작,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되었죠.





이세 히데코 작가의 [첫 번째 질문] 그림책을 보면서 "몇 살 때의 자신을 좋아하나요?"

한 할머니는 어린 시절 막내 동생 업어주면서 함께 놀았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저희 어머니 세대는 정말 힘들게 살아오셨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저도 어린 시절은 지방 어촌에서 간식이라고는 누룽지나 작은 양파를 삶아 그것이 유일한 간식처럼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현재 우리가 편안한 삶을 사는 것도 윗 세대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을 겁니다.


그 힘든 시기였는지 할머니들은

 "현재,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하셨어요.




그리고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 있나요?' 질문에 대해 할머니 한 분은 


"나는 지금도 언니 생각하면 요양원 가라고 한 말이 제일 후회된다. 그때는 나도 힘들어가 아픈 언니를 돌봐주지 못해 가 요양원에 가라고 했는데 요양원 가고 얼마 있다가 저 세상에 갔데이. 그때 요양원은 안 간다고 했는데 그 말을 한 내가 너무 후회되고 지금도 언니 생각하면 눈물 나고 힘들다. 조금만 내가 돌봐 줄 거를 못해가 가슴에 남는다. 그때 그 말하지 말거들."


그 자리에서 함께 한 모두 가슴이 먹먹해져 왔어요.


할머님들 삶이 저와 다르겠지만 그분들 이야기 속에 저의 부모님 모습이 보였어요.


"다 지나면 후회한다. 떠나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 있을 때 잘하라고 하는데 맞데이. 지금 즐겁게 지내고 가까븐 사람들하고도 잘 지내야지."


얼마 전 친정엄마와 점심 먹으러 가는 길 잔소리하셔서 짜증 내고 혼자 삐졌던 일이 생각났어요. 부모님은 항상 옆에 계실 것 같아요. 내 짜증과 모든 것들을 늘 웃으며 받아 주실 것 같아요. 아직은 내 주변 가까운 분과 이별 경험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간간히 안타까운 소식을 듣습니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 것 같아요. 수업 내내  '현재를 즐기고 가까운 사람들과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부모님께 잘해야지.' 다짐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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