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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삼 Jul 01. 2024

문 열고 나왔어? 닫고 나왔어?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문 열고 나왔어? 닫고 나왔어?


아기에게 이렇게 물어봤을 때 '문 닫고 나왔다'라고 하면 동생이 없는 것이고 '문 열고 나왔다'라고 하면 동생이 있는 것이라는 속설이 있다.


물론 아무 근거 없이 아기가 어떤 대답을 할까 기대해 보는 재미로 하는 질문이다.


어느덧 아기가 21개월이 되었고 듣고 말하는 능력이 부쩍 늘었다. 조그마한 입으로 종알종알 말하는 모습을 보면 한창 예쁜 순간이라는 걸 실감한다. 하루종일 누워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쑥쑥 커서 엄마, 아빠랑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드디어 이 질문을 할 때가 왔구나 싶었다.


남편은 동생을 원하는 마음이 커서 문 열고 나왔다는 대답을 기대했고, 나는 피로 누적으로 인해 문 닫고 나왔다는 대답을 은근히 바랬다.


OO아~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문 열고 나왔어? 닫고 나왔어?


아기는 21개월 인생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질문에 엄마, 아빠를 빤히 바라본다. 너무 어려운 질문을 했나 싶어서 남편은 손으로 엄마 배를 가리키고 문 열고 닫는 시늉을 하며 다시 한번 차근차근 물어봤다.


그러자 모두의 예상을 깬 아기의 대답은?


"안해떠."였다. (안 했어.)


실망이 컸던 남편이 다시 한번 물어봐도 단호하게 안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맞다. 아기는 문 열고 닫은 적이 없는데 자꾸 엄마, 아빠가 문 열었냐 닫았냐 물어보니 아기 입장에서는 참으로 이상했을 것이다. 기대했던 대답은 들었지만 아기로부터 우문현답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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