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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Oct 10. 2024

우리 버티고 있는 게 맞군요.

힘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6월 중순부터 매장이 조용하다.

이게 뭐지?

이게 맞나?

이게 뭘까?

끝없는 물음의 반복이다. 일을 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소비심리위축으로 지갑을 닫는다 하더라도 도매처까지 조용할 줄이야. 각 부처 예산이 작년에 절반이라더니 진짜임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학교방학이 시작되고 여름휴가기간이면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두 먼저 시작된 느낌이었.  


며칠 뒤면 아따씨의 생일이 다가온다. 올해  생일을 챙겨 준 감사함으로 선물을 주고 싶어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먹거리를 애정하고 많은 물품들을 사용해 본 그대에게 찰떡같은 선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먹거리를 사랑하는 만큼 맛있는 밥을 사주는 게 나은 선물이 될 수 있겠다 싶물었다.

"아따씨야! 토요일 저녁에 밥을 사주고 싶은데 어때요? 시간 괜찮아요? 그날 생일이잖아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저번에 말해준 걸 기억하고 있었지요. 평소에 이것저것 챙겨주는 게 고마워서 밥이라도 사야겠어요."

"나야 감사하지요."



그렇게 결정된 저녁 메뉴는 중식뷔페. 그곳은 중식뷔페로 3일 전에 오픈된 곳이었다. 금요일 아침에 중식뷔페 사장님이 코팅을 하러 매장을 방문하셨길래 이곳이다 싶어 결정하게 됐다. 여러 가지 요리를 좋아하는 아따씨의 취향대로 먹을 수  신상식당이었으니 괜찮은 선택이었다.


토요일 저녁 6시 25분.

"아따씨야! 반가워요. 오늘 하루도 일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괜찮았나요?"

"네! VIP손님 덕분에 조금 괜찮았습니다."

"다행이네요. 요즘 매장이 조용해서 할 일 찾느라 힘들죠?"

"그렇네요. 진짜 조용한데 이래도 되는 거예요?"

"뭐. 여름휴가 때 분위기긴 한데 사장님도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제가 없으면 제 자리에 올 사람을 다시 뽑아야 하는 건가요?"

"왜요? 그만두시게요?"

"아뇨. 매장이 조용하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노파심에 물어보는 겁니다."

"그대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없으면 우리가 힘들어서 안 돼요. 그냥 이대로 버텨봅시다. 매장 청소 열심히 하면서요."


매장이 조용해지면 직원들은 상황을 살피게 된다. 불안한 마음에 다들 같은 소리만 하는 걸 보면 생각이 많아지는 조용함이다. 


낮에 카톡으로 케이크를 선물한 것에 대한 감사로 팥빙수를 사게 해 주라며 2차를 제안한 아따씨. 원래 회식은 1차만 하는데 우리는 개인적으로 만나는 거였으니 흔쾌히 감사를 외쳤다.

"과장님! 케이크 고마워요. 밑에 글까지."

"아이! 부끄럽게 뭘요. 근데 요번 주에 매장분위기가 당황스러워서 버틴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는데 아따씨도 힘들었죠?"

"그러게요. 인생에 쉬운 게 없어요. 신랑하고 자영업 하면서 쇠퇴의 길을 걷다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도 쉽지 않겠네요. 생각이 많아져요."


그러면서 우리는 각자의 고난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대학생 뒷바라지부터 우리의 노후까지 편한 길이 보이지 않으니 쏟아낼 말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장에서 편안함을 담당하고 있는 아따씨의 해맑음이 반짝 해맑음이란 걸 알게 됐다.

"마음속에 먹구름이 많은데도 맑으려고 애를 쓰셨군요."

"제가 원래 진지하지 못하고 깊이 생각하지 못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요."

"내가 그런 상황이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그런 거에 비해 티를 내지 않으시니 아따씨도 참. 고생이 많습니다."

"내 동생도 그렇게 말하던데. 많이 생각하면 머리 아파서 못 살아요. 나는요. 매장에 오면 내 일상을 생각하지 않아서 좋아요. 매장에서 일하는 만큼은 벗어난 기분이에요."

"일상에서나 매장에서나 우리는 버티고 있는 거군요. 안쓰럽습니다."



생각이 많아진다. 매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충전을 하는 나와 달리 그녀는 반대로 매장에서 충전을 하는 상황이었. 아따씨의 먹구름은 집에서 드리워지고 있었던 것이니 삶의 균형은 맞추고 있다고 해야 하나.

매장에서 일한 지 1년이 지나며 각자의 어려움을 말할 있는 사이가  것에 우리 사이가 깊어졌음을 느낀다. 이런 사연들을 접하며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매장에서 얼굴을 보면 달라지니 왜 그럴까 싶다. 매장 에피소드의 주제는 아따씨와 나의 코믹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바꿔야 하나란 생각도 다. 하지만 우리의 코믹 드 덕분에 아따씨도 즐겁다니 계속될 수 있겠지만 뒷맛의 씁쓸함은 지울 수가 없다.


어차피 우리는  배를 탔다. 좋은 항해를 위해 같이 버텨야 하는 날이 있으니 여태껏 하던 데로 행동하면 . 아따씨와의 깊었던 대화로 감정적인 흔들림이 있었지만 우리는 매장에서 해맑음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조용하고 어두울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니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일해야겠다.


매장에서나 일상에서나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느낌이겠지만

우리는 잘 버티고 있는 겁니다.

계속 잘 버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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