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에는 학교선생님들이 많이 찾아오신다. 특히 학교에 갓 부임된 선생님들이 눈에 띄는데 그분들의 어림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 때가 있다. 이야기만 나누어도 새싹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며 기분이좋아지니흐뭇해진다. 선생님이란 호칭을 지운다면 대학생이라 불릴만한 포스의 새내기 선생님일수록 더그러하다. 간혹아들을 생각나게 하며 챙겨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니 엄마라는 타이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느날 키가 작은 여자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작고 여린 모습에큼직한 물건들만들고 오시길래 안쓰러워 보여 도와 드렸다.
"아뇨! 괜찮아요. 제가 들 수 있어요."
"부피가 큰데 차까지만 들어 드릴게요."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이사도 저 혼자 하는데요. 뭘. 정말 괜찮습니다. 나오지 마세요."
도와 드리고 싶은 손님이 있고 아닌 손님이 있는데 이 분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손님에 속했다. 진심으로 말이다. 서비스직에 있으며 여러 손님들을 접하다 보면 감정에 무뎌진다. 손님들과 주고받는 대화도비슷한 내용들이라 담백한 말들만 오가게 된다. 감사인사조차 기계적으로 뱉다 보면용건만 간단히로 마무리된다. 매장에 자주 오시며 얼굴을 익힌 손님의 대화와 일반 손님과의 대화가 다른 건 감정적인 부분도 크다. 아무래도 익숙한 분들과의 대화는 마음자세부터 달라 무장해제된 채 응대하게 된다. 그만큼 안심이 되면서 편하게 말하게 되는데 일반 손님은 어떤 분인지 모르기에 늘 조심스럽다.나도 모르게감정을 누른 채 일하다 친절한 손님의 방문으로 인해 기분이 환기되면 감사한 생각마저 든다. '그래! 세상에는 좋은 분들이 많지' 하며 웃게 되는데 그 여운은 잠들기 전까지 이어진다.
그날 방문해 주신 새내기 선생님이 그랬다. 여린 팔로 박스를 안아 올리고 씩씩하게 걸어 나가는 모습에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도 되는데 스스로 하시겠다니 우선은 감사했다. 그리고 싱그럽고 씩씩한 기운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으니 한번 더 감사했다. 하지만 너무 씩씩한 선생님에게 말해 주고 싶은 것도 있었다.
'그렇게 씩씩하게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도움 받을 수 있는 건 받으세요. 그래야 오래 가지요.'
원래 씩씩한 건지 씩씩한 척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왠지마음이 쓰였다. 매일 힘차게 지낼 수 없기에 새내기 선생님에게 있을 우울한 날에 대한 편차가 걱정스러웠다. 괜스레 지난 일들을 떠올리게 하며 감정에 빠져들게 했던 분이었다.
새내기 선생님과의 짧은 교류를 통해 느낀 건 기분 좋은 젊음, 씩씩함 뒤에 묻어나는 고단함이었다.기분 좋은 젊음으로 매장에 씩씩한 싱그러움을 주시고 지난 20대의 시간을 생각나게 한 그 선생님의 일상이 늘 환하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