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씨 귀에 걸린 금속 귀걸이가 신경 쓰였다. 나도 금속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지켜보는 게 편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지날수록 아따씨의 양쪽 귀는 빨개지고부어올라 커지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아따씨야! 귀가 빨개요. 지금 가렵겠는데요."
"아~ 좀 그런데요 참고 있어요."
저녁밥을 먹고 매장으로 날아들어온 아따씨가 곡소리를 내며 나에게 귀를 내밀었다.
"아~ 과장님! 귀걸이가 안 빠져요. 제발 좀 빼주세요. 아야~~"
"잠깐만요. 귀가 너무 뜨거운데요."
"아얏. 아파요."
귀걸이를 빼기 위해 손가락을 댈 때마다 아프다고 난리다. 작은 움직임에도 곡소리를 내니 아플까 봐 걱정이 돼 자꾸만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아따씨야. 이거 잘 안 빠져요. 그대 열기로 귀걸이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겠는데요."
"아. 안 돼요. 나 아파요. 살려주세요."
부어서 빠지지 않는 귀걸이와 고통스러워하는 아따씨를 보며 더 과감해져야 했다. 양쪽 손가락에 바짝 힘을 주고 귀걸이를 부수듯열어젖혔다.다섯 번만에 성공한 귀걸이 제거로 우리는 숨을 쉴 수 있었다. 역시 쇠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진짜 금과 은이라야한다. 그래야 살들이 성질내지 않는다.
이런 쇠독은 흔한 알레르기다. 쇠독은 금속 알레르기를 말하는데 금속으로 된 부분이 피부에 닿으면 빨갛게 부어오르며 가려운 증상을 말한다. 심하면 진물이 나면서 한동안 고생하는 걸 아는지라 진짜 금과 은이 아니면 쳐다보지 않는다. 지금도 쇠독 때문에청바지 훅 안쪽 부분에는 테이프를 붙여 입는다. 테이프를 붙이지 않으면 쇠에 닿은 배 부분이 가려워지기 때문이다.
아들이 여행을 갔다 선물해 준 금속 목걸이로 한동안 알레르기 목걸이를 한 적이 있었다. 쇠독이 있어도 아들이 준 선물이 아닌가. 걱정됐지만 착용해 보자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하지만 아들이 주는 정성보다 내 피부가 금속을 거부했다. 금속목걸이 자국 그대로 뻘겋게 일어난 선들이 목걸이 형태로 피부에 나타났다.가려움은 덤이었지만 한동안 괴로웠다. 금속 귀걸이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이 사다 준 정성을 생각해서 인내를 발휘했지만 진물을 확인하고서야 귀걸이를 빼낼 수 있었다. 귀걸이에 붙어있던 노란색 고름은 귀에서 흘렸던 내 눈물자국이었다.
금속 귀걸이, 팔찌, 귀걸이
아따씨와 내가 겪은 금속 알레르기는 아이들에게 가짜 귀금속 선물을 받은 엄마들의 후일담이다. 아이들 앞에서 말하지 못하고 뒤에서 아파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행복했던 경험말이다.
자식이 주는 선물이라도 금속성질의 귀금속은 마음으로만 받아야 할 선물인걸 안다. 하지만 피부에 진물이 나면서도 착용해 보는 건 고마워서다. 여행지에서 부모를 생각하며 선물을 골랐다는 자체가 감사함이니까.
확실히 금속은 쇠독이 있는 사람에게 가려움과 붓기를 선물한다. 아이들에게 받은 선물이어도귀에서 진물을 내고 붓기를 만들어 눈물자국을 내는 건 마찬가지다.그래서말해주고 싶다. 너희가 주는 모든 것이 감사하지만 다음엔 몸이 성질내지 않는선물을받고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