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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Sep 05. 2024

노트를 정리하다 책필사 수업이 생각났다.

책을 보고 옮겨 노트에 옮겨 적는 수업이 있다면 어떨까?

대체공휴일을 맞이한 매장근무. 학교나 관공서가 쉬는 날이기 때문에 매장은 바쁘지 않았다. 이런 날에는 평소 마음에 걸렸던 제품들을 재배치하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은 무엇을 뒤집어 볼까 생각하다 노트칸이 생각났다. 노트는 학생이라면 써야할 필수품이라 생각하겠지만 예전과 다르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신학기가 아니라면 모를까 학생들은 노트에 대한 관심이 적다. 대신 중장년층이나 어르신들이 찾으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격증 공부에 필요한 노트나 노인대학에 다니시면서 노트와 펜을 구입하러 오시는 분들이다.


노트사용 연령층이 높아지고 선호도가 다양해지니 노트종류도 많아졌다.

줄이 없는 무지 종이를 연습장이라고 하는데 2칸짜리, 4칸짜리, 6칸짜리 연습장이 있다. 빈 종이에 자를 대고 줄을 그어 칸을 만들어 썼던 우리의 바람이었을까. 이제는 노트에 칸이 만들어져 나온다.


반대로 줄이 있는 종이를 노트라고 부르는데 그 역시 2칸, 4칸짜리가 있다. 칸을 떠나 줄간격이 다른 7mm 노트, 8mm 노트, 9mm 노트, 10mm도 있다. 10mm 노트는 줄사이의 간격이 넓어서 어르신들이 좋아하신다. 줄 간격이 넓어 눈이 환해지며  글씨를 쓸 수 있어 좋다. 밑에 찍어놓은 사진보다 실제로 노트를 접하다 보면 그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시노트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그 노트의 줄간격이 10mm다. 줄간격이 넓어 글자를 크게 적어도 여백이 있어 정돈된 느낌을 준다. 어떤 학생은 8mm노트가 좋다고 그 노트만 구매하는데 노트간격을 골라서 산다는 자체가 기특해 보인다.


줄간격이 다른 노트


초등학생일수록  노트에 담긴 캐릭터를 선호하지만 부모님이 선택해 주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등생 노트는 종류가 많고 목이 정해져 있어 선택할 다. 그냥 가지고 가야한다. 출산율 감소로 신입생까지 다보니 노트판매가 예전만 못하지만 초등학생이라면 꼭 있어야 할 필수품이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 무언가를 쓰는 것 자체를 귀찮아해서 그런걸까?요즘 아이들이 가진 자유로운 글씨체와 독해력은 글씨를 많이 쓰지 않고 책을 적게 읽어서라고 한다. 볼거리가 많고 놀이거리가 많은 세상에 가만히 앉아서 쓰거나 읽는 시간은 힘든 시간이다. 집중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 행위는 필요한 시간일텐데 말이다.


아이들이 싫어할 수 있겠지만 학교에서 책을 필사하는 수업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일방적인 선생님 설명보다 자기 눈으로 글을 읽고 노트에 적어내는 필기는 능동적인 시간이 될 것이다.


책 필사는 책을 보고 노트에 글을 베껴 쓰는 것을 말하는옮겨 적는 행위에 집중하다 보면 집중력도 좋아진다. 각종 영상으로 어지러운 뇌를 글씨를 쓰며 집중하는 시간으로 균형을 맞춘다면 차분함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컴퓨터 자판을 치는 근육과 다르게 손가락에 쓰는 힘도 늘어나며 글씨체도 좋아질  AI시대에 맞는 수업이 아닐까 싶다.


책필사 노트도 나온다


물론 처음 노트에 글을 다 보면 손이 아프다. 귀찮기도 하고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 쓰다 보면 늘어나는 검은색 글자들에 자기도 모르게 뿌듯해진다. 내가 이만큼 적어내다니 하며 별거 아닌 것에도 자신이 대견해진다. 노트에 자기 시간을 녹여내고 그 결과가 노트에 글자들로 확인되면서 작은 성취감도 느끼게 된다. 또한 책을 옮겨 적다 발견한 좋은 문장은 잠시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하는 시간이 늘고 사고력도 커질테니 학교수업으로 권장하는 건 어떨까?


우리 아이들이 성당에서 첫 영성체를 받을 때 엄마들 숙제로 성경필사를 한 적이 있었다. 성경책 전체는 아니었지만 일정량 주어진 분량을 첫 영성체 교육기간 동안 적어서 제출하는 것이 숙제였다. 늦게 합류했기에 하루에 3~4시간씩 앉아서 필사적으로 필기했다. 몇 주만에 완성하고 두꺼운 노트에 적힌 글들을 보는데 뿌듯해졌다. 이건 작은 성공이 아니라 큰 성취감이었다. 좋은 문장을 적다 보면 문장력도 늘어난다는데 책 필사는 매력적인 시간이자 좋은 수업이었다.


책필사는 어른들만 필요한 수업은 아니다. 책을 멀리하는 환경에서 책을 가까이해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책필사 수업.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고 글을 쓰면서 문장을 곱씹는다면 생각하는 힘도 길러져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도 생긴다. 자아성찰은 바른 인성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니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문구점에서 노트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갑자기 노트에 대한 애정이 생기며 넓은  쓰임새까지  생각하게 되니 나도 참 오지라퍼다. 하지만 노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은 진심이다. 노트 인기가 많아지고 그로 인해 문구점을 방문한다는 사실은 분명 기분 좋은  현상이니 말이다.




노트



흰색 바탕에 네모난 종이

 정성을 기다리며

손길을 기다린다


문장들에 섞일 단어가 되어 주기를

글에 앞머리가 되어 주기를

원초적인 글자로 글길이 되어 주기를

거친 말들이 고운 문장이 되어 주기를


쓰여졌다가 잊혀져도

다시 펼쳐져 적혀지기를


버리지 않는 한 그대로 남아

속에 담긴 생각도 그대로 남아

시간 지나 펼쳐도 그대도 남아


내 기억이 되어준다

내 시간이 되어준다

내 보물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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