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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Aug 29. 2024

상황에 따라 써야 하는 사투리가 있다.

사투리 이야기

계산을 위해 바코드를 찍고 있는 아따씨.

"손님! 뽕다리 드릴까요?"

"예?"

직원의 말을 이해하 못한 여자 손님의 표정에 내가 나서며 말했다.

"물건 담을 봉투 드릴까요?"

"아~ 네! 주세요. 호호"

내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물건들이 봉투에 담기는 소리만 듣고 있다 손님이 문을 열고 나가시기만을 기다렸다.


"손님! 뽕다리 드릴까요? 아따씨를 향해 두 손과 두 발을 모아 외친다.

"아이 과장님! 뽕다리를 뽕다리라고 하는데 왜 그래요."

"손님이 모르시잖아요. 당황해하는 손님의 두 눈동자를 못 보셨단 말입니까?"

"아뇨. 못 봤는데요"

"그렇지요. 아따씨도 당황했으니 그랬겠지요. 손님과 아따씨의 주고받는 눈동자가 제 눈에 선합니다."

"아니.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해요?"

"손님! 물건 담아가실 봉투 필요하세요?라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아~"

여전히 생활화하고 있는 아따씨의 사투리 덕분에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겼다.


이곳은 경상남도 거제. 경상도의 거친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타지에 살다 온 이에게는 거친 억양이 어색할 테지만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언어이다. 오히려 타지의 부드럽고 차분한 말투가 어색하면서도 부러울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나오는 사투리로 웃음이 터지는 일이 많다. 특히나 아따씨의 조심스러운 몸짓과 말투에 비해 거칠고 찰진 억양의 사투리가 섞일 때면 그 불균형은 나에겐 특종감이 된다.


60대 후반의 여자손님이 편지봉투들을 들고 계산대로 오셨다. 그가 계산을 하며 말했다.

"봉투 드릴까요?"

"응?"

"봉투 필요하시냐고요."

옆에서 지켜보니 손님이 필요한 봉투를 샀는데 왜 또 묻냐는 표정이시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뽕다리 필요하시냐고요."

"아~ 뽕다리! 그거 주세요."

그제야 직원의 말을 이해한 60대 손님은 진작에 그렇게 말해야 알아듣지 하신다.


어머나! 이분에게는 뽕다리로 말해야 알아들으신다. 신기하다. 아따씨의 사투리가 이 분에게는 통하다니 뽕다리가 이곳의 언어가 맞는가 보다.


편지봉투와 봉지(뽕다리)


여태껏 일하면서 봉투를 뽕다리라고 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일을 계기로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뽕다리를 사투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하나의 소통 언어로 생각해야 된다고 말이다. 자주 쓰는 말은 아니지만 봉투를 알아듣지 못하는 분에겐 사이다 같은 단어였다. 우리만의 언어가 사투리로 채워지고 있다는 게 내가 사는 곳을 증명해 준다. 그래! 나는 경상남도 거제에 살고 있다.


"봉투 필요하세요?"

"뽕다리 필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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