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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Aug 22. 2024

커뮤니티에 다~있다고요? 블라인드 사이드?

아따씨표 지식의 비밀은 커뮤니티에 있었다.

우리 매장에서 불리는 야~한 볼펜은 인기가 많다. 부드러운 필기감에 오래 사용해도 손이 덜 피곤하니 신기할 정도다. 쓰던 볼펜만 고집하시는 분에게는 외면받을 수 있겠지만 한 번이라도 써보신 분들에겐 리필심을 찾게 하는 제품이다.


야한 볼펜사건이 있고서 볼펜을 구매하시는 손님을 보낼 때마다 아따씨를 향해 외친다.

"아따씨야! 나 야~한 볼펜 팔았어요."

"아이. 조용히 하세요. 과장님"

"왜요. 많이 부끄러우신 겁니까?"

장난꾸러기 과장이 되고 매장의 에피소드를 모을 때마다 아따씨에게  내용을 상기시켜 주니 그녀는 나의 관찰력을 매우 조심하고 있다.


나무이젤


평일에 나무이젤이 왔다. 나무이젤은 그림을 전시할 때 거치대로 사용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캔버스 받침대로 사용하는 미술용품이다. 매장으로 도착할 때는 분리된 상태로 오기 때문에 일일이 조립해서 진열을 해야 하는데 모두 조립할 수 없어 다섯 개만 조립을 하고 있었다. 나무이젤을 조립하고 마무리 작업인 이젤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종이로 감싸는 작업을 하는데 야한 볼펜과 같은 장난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오후에 출근한 아따씨에게 나무이젤을 올리며 내 머릿속에 스친 장난기를 전달했다.

"아따씨야! 나무이젤 다리가 3개예요."

"예? 아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예요.(이봐라.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내 의도를 단박에 알아챈다)"

"내가 무슨 상상을 한다고 그러십니까? 나무이젤 다리가 3개라고 알려주는 건데요."

"이봐라. 나만 이상한 게 아니라 과장님도 이상하다고요."

"나는 아따씨에게 배워서 응용을 하고 있는 겁니다. 원래 이런 말은 부끄러워서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고요."

"거짓말!"

"아니에요. 평소 음지의 언어와 음탕한 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 아따씨에게 물들고 있는 겁니다. 도대체 그런 단어들은 어디서 알려주는 겁니까?"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면 다 나와요."

"커뮤니티요? 그건 또 무엇입니까?"


아따씨는 PC방을 12년 동안 운영했던 사장님이었다. PC방을 운영하면서 무료한 시간에 커뮤니티에 들어가 그곳의 글과 댓글들을 읽었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커뮤니티의 뜻은 개인이나 단체가 협력하며 공동의 관심사를 추구하는 집단적 단위라고 적혀있었다. 인터넷 카페처럼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글이나 대화를 커뮤니티라 부르는 듯했다. 여러 카페나 도매인이 있는 사이트들은 모두 커뮤니티에 속하는 거였으니 10년 전부터 카페에 글을 올리며 댓글을 남겼던 나도 커뮤니티를 하고 있었던 거였다.


같은 커뮤니티를 접하고 있어도 관심사가 달랐던 것이 단어의 차이를 낳았던 것일까? 나는 평소에도 아따씨가 구사하는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책을 읽고 영화를 즐긴다고 늘어날 단어가 아니었기에 항상 궁금해했었다. 물론 성향의 문제도 있겠지만 아직도 커뮤니티를 즐기며 다양하고 생소한 단어를 뱉어내는 아따씨가 신기했었다. 그런데 그런 단어의 영향이 커뮤니티라니 놀라웠다.


"커뮤니티에 가면 그런 글들이 많아요?"

"아니. 여러 종류의 글들이 있는데 음지가 약간 섞여 있지요."

"와! 그럼 그런 글들만 찾아서 읽는다는 말인가요?"

"아니지요. 여러 글들 중에 음지의 글들이 유독 기억에 남기에....그만...."

아따씨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미안해한다. 나는 진짜 신기해서 물어본 것뿐인데 말이다. 나의 무지로 시작한 커뮤니티 이야기는 책으로 읽어야만 흡수될 수 있다편견을 지워낼 수 있었다. 커뮤니티도 글로 이루어진 것이고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도 커뮤니티에 동참하고 있는 것인데 말이다. 알고 보면 나도 참 고지식하다.


커뮤니티의 단어로 얕고 다양한 지식의 소유자였던 아따씨의 발언들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그런데 커뮤니티 글이 아따씨에게 도움이 되나요?"

"아뇨. PC 카운터에 앉아있으면 심심해서 그냥 보는 거예요. 재미있어서요."

"뭘 얻거나 내게 이득이 되는 게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요?"

"그냥 재미 삼아 남이 쓴 글 보러 가는 거예요. 특히 댓글들이 재미있어요."

"아~ 그 속에 야한 게 나왔구나. 그래서 그렇게 다양한 단어들을 구사했던 거군요."


아따씨가 한숨을 쉬며 나를 보고 한마디 한다.

"일 밖에 모르는 바보가 뭘 알겠어요. 과장님은 일 외에는 블라인드 사이드예요."



'블라인드 사이드' 또 신상용어다. 이게 커뮤니티 글의 힘인가 보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영화 제목이던데 아따씨가 내게 했던 말은 다른 의미였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에서 말하는 사각지대로 공을 던지는 선수(쿼터백)가 보이지 않는 부분을 의미했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인정한다. 나는 일과 내게 관련된 주제가 아니면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얕고 다양한 지식들에 능숙한 아따씨 덕분에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취할 것과 취하지 않을 것들을 구분하지만 아따씨 앞에서만큼은 그 지식으로 이야기를 걸게 되니 매장에서만큼은 바보가 되어도 나쁘지 않은가 보다. 오히려 바보가 되고 글감을 얻을 수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나 싶다. 이것이 커뮤니티의 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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