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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May 06. 2024

우리가 고슴도치도 아닌데 서로 가시를 세웠구나.

어린 손

사춘기 아들과 부딪힐 때 아들은 엄마에게서 가시가 나오니 나도 엄마한테 가시를 보낼 테다라는 마음으로 기를 세우며 말했단다. 내게서 가시가 보이며 이런 것도 나를 닮았다니. 기분 나쁜 말은 아니지만 가시를 보였다는 말이 신기했다. 우리가 고슴도치 가족도 아닌데 서로에게 가시를 날려대고 있었다니 웃긴 상황이다.


아들의 반항에 작은 가시가 있었다?나는 몰랐다. 내가 아들의 작은 가시를 느끼지 못했던 건 더 큰 가시들에 날을 세우고 있어서일 것이다. 가시를 세우고 살아가는 줄도 몰랐던 나에게 아들의 말은 새로움이었고 가시를 내려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가시를 세웠다가 내리는 고슴도치의 모습은 싸우고 화해하는 부모와 자식 간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서로의 가시를 보여주며 싸우는 고슴도치에겐 힘든 시간이겠지만 지켜보는 이들에겐 시트콤일 수 있고  한 장의 사진일 수도 있겠다. 


아들과 화해하고 가시를 내리며 나누던 말들에서 서로의 이해와 따뜻함을 느끼고 보니 가시가 따갑지만은 않았다. 그래서일까? 슴도치 가족이었던 우리의 모습이 마음 속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있다.





어린 손


그대는 나의 거울

나도 모르게 따라간 길에

가시가 나오는 걸


내 가시도 보여주리라

느끼지도 못하는 내 가시

던지는 말마다 더 세게 날려본다


그대 괜찮나요

내가 던진 가시

아직도 마음에 있을까요

조심스레 소심해진다


나는 고슴도치 어린아이

날리고 숨어버려

오므렸다 펴

가시는 다시 만들어져


하지만 그대 괜찮나요

내가 날린 가시에

아프지 않았을까요

조심스레 불안해진다


고슴도치 어린아이

다시 내밀던 어린 손

그 손에서 느껴진 온기에

그대가 괜찮다는 게


느껴지는 따뜻한 다정함에

조심스레 비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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