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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날들2」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비가 들이치기 전에

베란다 창을 닫으러 갔다


(건드리지 말아요)


움직이려고 몸을 껍데기에서 꺼내며 달팽이가 말했다


반투명하고 끈끈한

얼룩을 남기며 조금 나아갔다


조금 나아가려고 물컹한 몸을 껍데기에서

조금 나아가려고 꺼내 예리한

알루미늄 새시 사이를


찌르지 말아요


짓이기지 말아요


1초 만에

으스러뜨리지 말아요


(하지만 상관없어, 네가 찌르든 부숴뜨리든)


그렇게 조금 더

나아갔다




2025.2.20. 누구도 감지하지 못하던 목소리가 들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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