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헨리 데이비드 소로 따라잡기

by Elara
카라반_일러스트_이미지_09.jpg

시작은 이러했다. 코로나 팬데믹 속 여가 활동으로 캠핑이 급격히 유행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도 어김없이 캠핑 바람이 불었다.

“엄마, ○○이랑 △△이는 캠핑 갔대. 나도 가고 싶다.”

주말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친구들의 후기가 재미있어 보였는지 아이는 부러운 눈치였다.

그러던 참에 우리 아이가 애정하는 콩순이마저 아빠랑 캠핑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우리 집에도 올 것이 왔다. 아이는 더 적극적으로 캠핑을 가자고 졸라댔다.

나는 벌레들도 싫고 씻는 것도 불편하니 찝찝함을 견디기가 힘들고, 밖에서 자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캠핑 부적합자여서 그 소리가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은 보이스카우트의 정신으로 무장한 자신의 로망은 캠핑이었다며 딸의 제안을 무척 반가워했다. 그렇게 캠핑을 원하는 자들과 캠핑을 피하는 자의 대치는 시작되었다.

“자는 거 말고 하루만 다녀오는 것은 안될까? 글램핑이라고 하루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거든.” 나는 지금 누구랑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남편과 아이는 내 말은 들은 체 만체하며 콩순이 영상을 보며 신나게 캠핑 계획을 짜고 있었다. 캠핑은 갬성이라며 오만가지의 캠핑 용품들로 남편의 장바구니는 가득 찼으며, 위기를 느낀 나는 캠핑 고수 시누이 가족들과 먼저 가본 후에 결정하자고 그 둘을 설득했다.

얼마 뒤, 시누이들의 캠핑카가 있는 어느 구미 캠핑장으로 갔다. 텐트는 형님네 가족이 빌려준다고 해서 우리는 그날 먹을 요리 재료만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우리 가족의 처음이자 마지막 캠핑이다. 맛있다는 캠핑 음식은 다 해먹고 끝내리라’는 각오를 품고..

아이는 사촌들과 함께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퀵보드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편도 오랜만에 만난 누나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캠핑 요리 해먹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하룻밤을 보낼 텐트를 본 후 걱정이 한 가득이였다. 일명 ‘와우텐트’.(와우! 하면 펴진다며 2초 이내의 설치를 자랑하는 원터치 텐트)

내구성이라고는 1도 없고, 3명이 누우면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공간, 바닥의 딱딱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텐트였다. ‘여기서 하룻밤을 자야한다고?!’ 생각만 해도 막막했으나 오늘 하루면 된다는 생각으로 참았다.

밤 10시쯤 되니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제법 많이 내렸으나 잘 곳이 마땅치 않았기에 우리는 그 와우 텐트에 몸을 누였다. 아스팔트 콘크리트의 까칠한 표층이 느껴지는 순도 백퍼센트의 길바닥 위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와우!

‘천장이 이렇게 낮았던가?’ 새벽에 나는 먼가 쎄한 느낌에 눈을 떴다. 밤새 내린 비로 텐트의 천장에 물이 고여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였다.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고, 아주버님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그 텐트를 탈출할 수 있었다.

야외 취침으로 몸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펴지지가 않아 1분 1초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침은 라면이 국룰이라며 이튿날의 캠핑이 시작되었다.

오후 느지막이는 돼서야 우여곡절 첫 캠핑이 마무리되었다.

와우 텐트의 불편함을 호소할 뿐 남편은 캠핑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고, 급기야 차박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코로나 때문에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좋으니 간단한 차박 용품만 사서 이따금씩 캠핑을 다니자는 말에 나는 설득 당했고, 최소한의 용품만 사서 다시 한번 캠핑을 가보기로 했다.

첫 차박지는 팔공산의 어느 캠핑장이었다. 우리 가족만 가는 첫 캠핑이라 우당탕탕,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차박 텐트 피칭을 하는데만 3시간이 걸렸다. 피칭이 끝나자마자 저녁 준비를 했다. 점심을 유부초밥으로 간단하게 해결한 터라 배가 무척 고팠다. 고기 구워 먹을 준비를 하는데 부족한 물건들이 왜 그렇게나 많은가! 고기 집을 집게도 없고, 심지어 소금, 후추 등의 간단한 양념도 부족했다.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것이 허술했다. 하지만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아이가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저녁 먹은 것을 다 정리하고 나니 잘 시간이 되었다. 모닥불을 피워두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캠핑의 낭만은 우리에게 사치였다. 차에 매트를 깔고 본격적으로 잘 준비를 했다. 3월 말이라 아직은 새벽 공기가 차 전기장판도 깔았다. 와우 텐트와 비교해서 그런지 나름 포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하늘은 허락하지 않았다. 첫 개시한 전기장판이 하필 불량이라니....길고 긴 추운 밤을 차량용 히터 하나로 견뎌야만 했다. 몸은 또 돌덩어리가 된 마냥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집 떠나면 개고생. 내 이럴 줄 알았다.’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며 버티고 있는데.....

“엄마, 나 화장실 가고 싶어!”

맙소사! 얼음장인 이 몸을 일으켜 세워 화장실까지 다녀와야 한다니...엄두가 나질 않았다.

결국 재촉하는 아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려 멀리 떨어진 화장실로 갔다.

’뭐지? 이 청량한 느낌은?!‘

코끝을 스치는 새벽 공기가 너무나도 맑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분명 찬 공기인데 얼어붙은 몸이 사르르 녹았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신선한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와 새로운 에너지로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새벽의 고요함을 더 느끼고 싶어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팔공산을 바라보았다.

‘아, 이 맛에 캠핑을 하는 구나.’

난 그렇게 개미지옥으로 빠져 들어갔다. 한동안 주말 마다 캠핑을 떠났으며, 처음에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캠린이었으나 이제는 세컨하우스 수준의 캠퍼가 되었다.

최근에 마흔 앓이를 하며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앞만 보고 걸어왔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고 말했지만 실은 주변을 돌아보는 방법을 몰랐다. 그때 자연 속에서 캠핑이 주는 위로가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자연은 나에게 여유로움과 자유를 주었다. 비 오는 날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나를 토닥여주는 것 같았고, 장작 타는 소리를 들으며 멍 하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비워졌다.

『월든』에서 헨리 데이비스 소로는 ‘우리가 길을 잃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자연 가운데 살면서 자신의 감각기능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암담한 우울이 존재할 여지가 없다.’라고 말한다. 내 자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고요함의 시간을 캠핑은 나에게 선물하였다. ‘헨리 데이비스 소영’이 되어 소로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어 나는 캠핑을 떠난다.

때로는 캠핑을 준비하면서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넘쳐날 때도 있지만 함께 돕고 의지하면서 끈끈한 가족애도 생겼다. 고생과 낭만 사이 그 어딘가의 캠핑, 나를 치유해주는 힐링 캠프.

자연이라 좋고, 함께여서 행복하다.

작가의 이전글마흔 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