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운을 마주했을 때, 설레기보다 저는 화부터 났습니다. 만약 상대가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저 같아도 그랬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보다 더했습니다. 운을 마주하기 전부터 분노했죠. 이제 좀 잘해보려고 무엇인가를 막 시작했을 때, 혹은 한참 잘되고 있을 때 갑자기 삶의 역풍이 불어온다면 마음이 어떨까요? 도대체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막상 현실인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일과 사람을 빼앗아갔을 때, 정말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식음전폐는 물론이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죠. 무기력한 상태로 정말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어요. 그렇게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의 소유자였던 저도, 삶의 시련 속에서는 나약한 한 인간일 뿐이었습니다.
슬픔에 잠기다 지쳐 잠들기를 수없이 반복했어요. 그 와중에도 에너지가 남아 있었는지, 너무 억울한 마음에 벌떡 일어나 하늘을 향해 마구마구 소리쳤습니다.
"운? 운이란 게 존재해!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이건 너무 가혹하잖아!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괴롭히지 말고 내 눈앞에 당당하게 나타나!
그래도 분이 안 풀려 크게 고함을 질렀습니다.
“하늘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더니, 이게 견딜 수 있는 시련입니까!
저는 그렇게 운에 맞서고야 만, 어리석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순간 매우 찬바람이 등 뒤를 삭 스치는 듯했습니다. 머릿속에는 번쩍, 번개가 치는 것 같았죠. 정말 아차 싶었습니다. “나 지금 잘못했구나. 현실을 부정하고 운을 탓하다니...”그때부터는 무서워졌습니다. 또 어떤 갑작스러운 불행이 들이닥칠지 덜컥 겁이 났죠.
그래서 우선은 운에게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한창 코로나 시국이라 사람을 만나는 것도 더더욱 어려운 데다, 모두가 심리적으로 지쳐 있어 타인의 걱정과 불안을 나눌 여유가 없었죠.
그나마 의지할 수 있었던 분은 돌아가신 외할머니였습니다. 희한하게도 그 시기 유독 꿈에 자주 나오셨어요. 살아생전 모습 그대로 흰색 한복에 비녀로 쪽진 머리에 덧버선을 신고 서 계신 채, 저를 지그시 바라보고 계셨지요.
저는 납작 엎드려 할머니께 도와달라고 간청했습니다.
“할머니 제 힘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요. 저에게 지혜를 주세요.”
그제야 비로소, 운에게 맞서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에게 처음 마음을 전하려는 의지는 그렇게 간절하고 절실한 순간이었습니다.
과연 운은 사람의 마음과 교류할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그 진심이 운에 닿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가다듬기 시작했던 시간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