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혼란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여러 가지 생각이 뒤엉켜 머리가 복잡해진다.
무엇을 하더라도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고, 입맛도 없고, 심지어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희한하게도 이러한 시기는 일정한 때에 반복된다. 한 해가 바뀔 때, 계절이 바뀔 때, 달이 바뀔 때처럼 시간이 경계를 지나는 순간마다 마음도 함께 파도치듯 흔들린다. 반대로 한 해가 원활히 흘러가고 있는 모든 것이 한창 진행 중일 때는 비교적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우리는 1월 1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지만, 동양철학(東洋哲學)에서는 입춘(立春)을 한 해가 시작되는 기준점으로 본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싹을 틔우고 새롭게 살아나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 전후로 사람들은 평소와는 다른 심리 상태를 겪기도 한다. 마음의 변화가 잦아진다. 그러면서 나 자신과 주변과의 조화를 돌아보게 된다. 인간관계는 원만한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잘 맞는지, 머물고 있는 공간은 편안한지, 하나씩 살피게 된다.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도 한다. 물건의 자리를 재배치하거나, 이미 가치를 잃었거나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게 되는 것도 아마 그런 마음의 파동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점에는 잠시 판단력이 흐려지기도 하고 결정을 미루게 되기도 하는데, 이는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기운의 변화는 숫자처럼 1+1=2가 되듯 딱 떨어지지 않는다. 조용히, 서서히 다가오다가 점점 속도가 붙는다. 계절로 보자면 숫자처럼 겨울 시기가 지나는 다음 날이 바로 입춘이라고 해서 곧장 따뜻한 봄햇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겨울과 입춘이 만나 서로 중화되고, 시간이 흐르며 비로소 완연한 봄이 되어간다. 내가 말한 혼란(심리적 변화와 행동) 역시 그런 중화의 시간, 경계를 지나가는 순간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그러니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이 또한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이니, 어쩌면 우리는 다음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이 순간, 마음의 파동을 조화롭게 다스리는 타로 14번 절제(Temperance) 카드처럼, 혼란은 서서히 균형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