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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먹다가 눈물을 흘렸다

by 정유쾌한씨 Ma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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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평소 같았으면 받지 않았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받고 싶었다.


“잡지사입니다...”


상대방이 첫마디를 떼자마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리고 곧 콧날이 시큰해졌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잡지사 직원이었다. 직원은 내가 투고했던 원고의 제목을 말하며, 재미있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내가 지은 제목을 다른 사람 입을 통해 들으니 빙끗이 웃음이 나왔다. 나는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직원은 내가 직접 겪은 일을 쓴 것인지 물었고, 주민 번호와 계좌 번호도 물었다. 다음 달 10일에 원고료가 입금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원고를 조금 수정할 수도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전화를 끊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누가 내 뒤통수를 치고 도망가도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나는 남편에게 원고료가 들어오면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남편은 수고에 비해 원고료가 너무 적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내 글이 잡지에 실리는 게 더 의미가 있으니까.


작년 2월 나는 한 잡지사가 주최하는 공모전에 응모했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다.(이 문장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필승 가사가 생각났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ㅋ) 같은 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달 그 잡지사의 문을 두드렸다. 정해진 주제에 맞춰 원고를 보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이유는 채택되지 못한 원고는 다른 곳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그 원고는 대부분 브런치스토리에 올렸다.


3월의 어느 날, 거실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가 문자를 받았다.


“잡지사에서 보낸 택배가 문 앞에 배송되었습니다.”


놀란 나는 사레들린 기침을 하며 허둥지둥 현관문을 열었다. 복도에 하얀색 에어캡 봉투가 있었다. 봉투를 신줏단지 모시듯 챙겨 거실로 왔다. 라면을 먹는 동안 봉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나왔다. 그간의 노력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티슈로 눈물을 닦았다. 입가엔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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