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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함께 차린 남편의 생일상

by 정유쾌한씨 Mar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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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에 시어머니, 남편과 함께 아귀찜을 먹으러 갔다.


“그이 생일이라 아귀찜 먹자고 하신 거예요?”


내 물음에 어머니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애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응? 으...응...”

“내 생일인데 왜 엄마가 먹고 싶은 걸 먹어? 나는 고기 먹고 싶었는데...”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작년 남편 생일에도 아귀찜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귀찜을 먹고 시댁으로 돌아와 마당에서 이웃집 할머니가 준 냉이를 다듬었다.


남편    “오늘 마트에 꼭 가야 해? 귀찮은데...”


집에 가는 길에 미역국에 넣을 소고기를 사러 가기로 했었다. 자기 생일 미역국 재료를 사러 가는데 귀찮다니. 나는 뾰로통한 얼굴로 남편을 향해 말했다.


나    “미역국 안 먹어도 돼?”

어머니    “생일인데 미역국 먹어야지.”


나는 냉이를 다듬던 손을 멈추었다.


나    “결혼 전에 어머니가 미역국 안 끓여주셨다면서요?

어머니    "······.“

남편    “맞아. 엄마가 내 생일에 미역국 안 끓여줬어.”

어머니    “내가 언제 미역국을 안 끓여줬어?”

남편    “엄마는 내 생일인지도 몰랐잖아. 내가 오늘 생일이라고 하면 탕수육 시켜줬잖아.”


남편은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잠시 바람 소리만 들렸다. 어머니는 멋쩍게 웃은 다음 아무 말 없이 냉이를 다듬었다. 나는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자기 생일이 음력이라 어머니가 헷갈리셨나 봐.”


내 말 한마디로 어머니를 난처하게 만든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남편과 나는 집으로 갈 채비를 했다. 어머니는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내밀었다. 남편은 손을 내저었다. 어머니는 내민 손을 더 뻗었다. 남편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며늘아, 네가 받아.”


나는 돈을 받아 잠바 주머니에 넣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돈을 건네주었다. 남편은 어색하게 웃으며 돈을 받았다.


며칠 후 남편 생일날 새벽 6시 반에 일어나 소고기 미역국을 끓였다. 남편이 전날 밤에 먹고 싶다고 했던 계란말이도 만들었다. 토요일에 어머니가 챙겨준 가자미조림, 냉이무침, 무말랭이무침, 호박고지나물과 함께 생일상을 차렸다. 남편의 생일상 위엔 어머니의 마음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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