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철이 되면 며느리는 꼬막을 삶는다. 아귀힘이 약해져 꼬막 껍질을 까기 힘들어진 시어머니를 위해서.
간장양념꼬막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요리에 서툰 며느리는 큰맘을 먹어야 한다. 손도 느린 편이라 꼬막 해감부터 설거지까지 5시간 정도 걸린다. 봄이 되기 전에 한 번 더 만들어서 시댁에 가져다드리기로 했다.
효자와 며느리는 꼬막을 사러 마트에 갔다. 제철을 맞은 꼬막이 싱싱해 보였다.
“몇 kg 드릴까요?”
“음... 1kg이 어느 정도예요?”
수산물 직원은 저울로 꼬막의 무게를 잰 뒤, 이 정도가 1kg이라고 말하며 꼬막이 담긴 바가지를 보여줬다.
“꼬막으로 비빔밥이나 비빔국수 만들어 먹으면 맛있겠네요!”
며느리는 직원의 말을 듣자마자 이미 머릿속에서 국수를 삶고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꼬막 2kg을 달라고 했다.
집에 돌아온 며느리는 소파에 누워서 쉬고 싶었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스테인리스 볼에 꼬막과 소금을 넣고 박박 문질러서 여러 번 헹궜다. 소금물에 꼬막을 담갔다. 해감하는 동안 양념장을 만들었다. 해감이 끝난 꼬막을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끓는 물에 넣어 삶았다. 3분이 지나도 꼬막이 입을 벌리지 않았다.
며느리는 꼬막 하나를 집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효자에게 다가갔다. 꼬막이 익었는지 먹어보라고 했다. 효자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익었겠지.”라고 말하며 먹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며느리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내가 누구 때문에 쉬는 날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며느리는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입을 꾹 다물고 꼬막을 더 삶았다. 꼬막을 너무 오래 삶으면 질겨진다고 들었는데. 입맛이 예민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꼬막 한 개를 집어 맛을 보았다. 익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때 거실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효자는 소파에 앉은 채로 졸고 있었다.
‘아까 졸려서 짜증을 냈구나...’
효자는 아침에 몸살기가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그런 효자가 안쓰러워 깨우지 않고 혼자 꼬막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안쓰러운 거는 안쓰러운 거고. 한숨만 나왔다.
껍질을 깐 꼬막에 양념장을 올려서 맛을 보았다.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내일 점심에 만들어 먹을 꼬막 비빔국수를 상상하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앞으로는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꼬막 비빔밥이나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기 위해 꼬막을 삶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껍질을 까는 손길이 한결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