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엄마 목소리 안 좋다. 몸이 안 좋아서 오전에 병원에 갔다 오셨대. 이따가 전화 한 번 해 봐.”
남편은 하루에 세 번, 아침, 점심, 저녁에 시어머니와 통화한다.
나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어머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면 오늘처럼 귀띔해 준다.
“어~ 며느리~”
어머니가 이렇게 전화를 받을 때는 나는 직감적으로 안다.
아, 지금 경로당에 계시는구나.
“어머니, 몸도 안 좋은데 경로당에 계세요?”
“지금은 괜찮아.”
어머니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요일에 출렁다리 구경하고 맛있는 거 먹어요.”
“내가 ○○한테 너 출렁다리에 버리고 오자고 했어.”
전화를 끊기 직전, 불쑥 튀어나온 어머니의 농담에 웃음이 터졌다.
“너가 요즘 주말마다 빨빨 쏘다닌다며? 그래서 내가 출렁다리에 버리고 오자고 했지.”
나는 순간 뜨끔해서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근데 ○○가 안 된다는 거야.”
“네? 의외네요. 그이가 더 앞장서서 버리고 오자고 했을 줄 알았는데...”
“너가 겁이 많아서 안 된대.”
남편은 주말마다 약속이 있는 나에게 심통을 부렸다.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대전으로 가는 날, 대전에 비가 퍼부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어머니와 남편이 주고받은 농담이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농담에 진담으로 답한 남편의 마음이 느껴져 코끝이 시큰해졌다.
직설보다 농담으로 일침을 놓은 어머니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에 남편이 엄마가 너 요즘 왜 그렇게 주말마다 싸돌아다니냐고 했다고 말했는데.
남편이 겁주려고 지어낸 말인 줄 알았다.
그 말이 정말 어머니의 말이었다니… 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