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는 마음이 시끄럽거나 속이 답답하면 점을 보러 절에 가자고 한다. 올해도 가자고 했다. 어머니와 남편, 나 이렇게 셋이서 절에 갔다. 우리는 문을 여는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했다. 나는 차 안에서 기다렸다가 시간에 맞춰 들어가길 원했지만, 어머니와 남편은 대기실에서 기다리자며 차에서 내렸다. 점치는 곳의 문이 닫혀 있었다. 나는 차 안에서 기다리자고 했다. 예전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10시에 영업을 시작하는데 9시 50분부터 문 앞에서 기다리는 손님이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이 문 옆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해서 우리는 10시 전에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원래 10시 전에 문을 열어 놓는 곳이라 괜찮다는 남편과 민폐라고 생각하는 나. 우리는 서로를 못마땅해했다.
“내년부터는 여기 오지 말아요.”
나는 전부터 이곳에 오는 게 민망했다. 절에 불공을 드리러 오는 것도 아니고 점만 보러 오는 우리가 자기 필요할 때만 찾는 친구 같았다.
이 절에 올 때마다 달력을 챙기는 어머니는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달력을 찾았다. 그런데 달력이 보이지 않아 어머니와 남편은 대기실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어머니 댁에 달력 걸려 있잖아요.”
1월에 남편과 내가 집 근처 절에서 챙겨 온 달력이 시댁 거실에 걸려 있었다. 남편은 어머니가 달력이 필요해서 찾는데 뭐가 문제냐며 큰소리로 말했다. 앞뒤 사정을 모르는 나는 억울했다. 어머니의 눈을 피해 남편을 째려봤다. 대기실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그때, 스님이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의자에 앉은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스님 얼굴만 바라봤다. 방 안에도 냉기가 돌았다. 스님의 인자한 미소로도 냉기는 가시지 않았다.
3년 정도 몸이 안 좋았던 어머니는 다행히 3월부터 몸이 개운해질 거라고 했다. 스님은 어머니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3년 뒤에 몸에 칼을 댈 거예요.“
“빨리 죽어야지, 오래 살아서 뭐해.”를 입에 달고 사는 어머니는 스님의 말을 예상했다는 듯 헛웃음을 입가에 띠었다.
“건강 관리 잘하셔야 합니다. 하루에 한 시간씩 걸으세요.”
어머니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남편은 올해 일이 작년보다 1.5배 증가할 거라고 했다. 그제야 어머니는 미소를 보였다. 기분이 좋아진 남편은 내 허벅지를 검지로 찔렀다. 하지만 나는 앙금이 남아있어 모르는 척했다.
“며느리는 자신에게 안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네.”
나는 검지로 남편의 허벅지를 꾹꾹 찔렀다. 내 마음을 대변해 준 스님에게 스님의 머리만큼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는 방 안에 있는 달력을 챙기며 여기 달력은 풍경 사진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차창 너머로 보이는 설경을 바라보다 갑자기 스님이 어머니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