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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김치찌개를 못 먹는 건 아쉬워

by 정유쾌한씨

지난주 일요일, 설음식 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시어머니, 남편과 함께 시장에 갔다. 코로나19 때부터 친척들의 발길이 줄어들더니 작년부터는 우리 셋이서 명절을 보냈다. 그래서 제사를 지내지 않고 성묘만 다녀왔다. 손님도 오지 않아 우리가 먹을 음식만 준비하면 되었다. 어머니가 올 설에는 전도 사 먹자고 했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만두 속을 준비했다. 김치, 당면, 두부, 숙주나물, 표고버섯, 대파를 잘게 다졌다. 오늘은 만두 속만 만들고 내일 어머니가 만두를 빚기로 했다. 만두피도 만들어서 만두를 빚는 어머니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는 겨울이라 농사일이 없어 소일거리로 만두를 빚고 싶다고 했다. 전도 안 부치고 만두도 안 빚으니 이번 설은 정말 명절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전이라도 부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남편은 귀찮으니 그냥 사 먹자고 했다.


“그럼 전김치찌개를 못 먹잖아...”


시장에서 전을 사면 집에서 전을 부칠 때처럼 양껏 먹지 못할 것 같았다. 전을 조금 먹는 건 아쉽지 않은데 전김치찌개를 못 먹는 건 아쉬웠다.



전김치찌개는 결혼하고 처음 접했다. 신혼 때 명절에 시댁에서 받아온 전이 너무 많아 난감해하는 나에게 남편은 김치찌개에 전을 넣어 보라고 했다. 전김치찌개는 참치김치찌개와 만드는 방법이 비슷했다. 김치가 푹 읽을 정도로 끓인 다음 참치 대신 전을 넣어서 끓였다. 남은 전을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니. 누가 처음 전김치찌개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찌개에 전을 넣어서 국물이 느끼할 것 같았는데 전에 찌개 국물이 배어서 전의 느끼함을 얼큰한 국물이 잡아주었다. 동태전과 녹진한 국물을 밥에 올려 쓱쓱 비며 먹었다. 그 맛이 별미였다. 밥 한 그릇을 더 부를 정도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전 부치는 기름 냄새가 안 나는 명절은 어떨까. 당면이 빠진 만두 같지 않을까. 올 설은 전을 안 부쳐서 조금 편하긴 할 것 같다. 그래도 며느리는 다가오는 설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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