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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서 보낸 적막한 설 연휴

명절인 듯 명절 아닌 명절 같은 설 전날

by 정유쾌한씨

남편과 나는 명절에 시댁에서 1박 2일 동안 지낸다. 설 연휴 첫째 날 아침 일곱 시에 우리는 집에서 출발하여 여덟 시에 시댁에 도착했다. 시어머니는 명절이 다가오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쑤시고 아프며 입도 쓰다고 한다. 컨디션이 안 좋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어머니가 영양 수액 주사를 맞는 동안 아침을 안 먹은 남편과 나는 부대찌개를 먹었다. 밥을 먹고 난 후, 차 안에서 어머니를 기다렸다. 남편은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나는 차창 너머로 내리는 눈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책을 읽었다. 게임 소리와 라디오 소리만 들리는 차 안. 30분이 지나자 어머니가 주사를 맞고 병원에서 나왔다.


우리 셋은 시장에서 장을 보고 낮 열두 시에 시댁으로 돌아와 명절 음식을 준비했다. 친척들이 오지 않아 우리가 먹을 음식만 만들기로 했다. 고사리, 콩나물, 이름 모를 나물(무슨 순이었는데^^;), 잡채. 전은 전집에서 사왔다. 어머니가 요리를 하면 남편과 나는 보조와 설거지를 했다. 명절 음식의 주인공인 LA 갈비찜을 만들었다. 핏물을 제거한 갈비에 간장, 깨소금, 다진 마늘, 당근, 대파, 미원, 배 음료, 생강가루, 양파, 청양고추, 후춧가루를 넣어 끓였다. 이번 설부터 전을 부치지 않기로 해서 세 시 전에 일을 마치고 쉴 수 있었다. 내일 아침에는 떡만둣국을 먹고 점심에는 부대찌개 집에서 사 온 부대찌개와 오늘 먹고 남은 LA 갈비찜을 먹기로 했다.


저녁에 LA 갈비찜을 먹고 뒷정리를 끝낸 다음 거실에서 TV를 봤다. 그때 TV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찐빵이 나왔다. 어머니는 찐빵이 먹고 싶다고 했다. 솔직히 나 몰라라 하고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했고 밖이 너무 추워서 나가기 싫었다. 그래도 입이 써서 저녁을 조금 먹은 어머니를 위해 남편과 나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찐빵 가게에 갔다. 진빵을 사고 마트에 들러 흰 우유도 구매했다. LA 갈비찜에 밥을 두 공기나 먹은 남편과 나는 저녁을 안 먹은 사람처럼 찐빵과 우유를 허겁지겁 먹었다. 찐빵을 맛있게 먹는 어머니를 보니 귀찮아도 사러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일곱 시, 나는 벽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어머니는 소파에 누워 TV를 봤다. 남편은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휴대폰으로 무협 소설을 읽었다. 명절인 듯 명절 아닌 명절 같은 설 전날 밤의 적막한 거실을 TV 소리, 어머니의 코 고는 소리, 누군가의 방귀 소리가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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