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자들… 그리고 사물에 대한 애착

by 푼푼

나는 현재 미국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교육공학과 관련된 협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나의 백그라운드는 사실 엔지니어링이다. 그런데 어떻게 교육공학 연구를 하고 있을까? 물론 교육 이론 쪽에는 전문지식이 부족하지만, 어린아이들의 학습 진전도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부분을 맡아서 하고 있다. 요새는 이런 식으로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학제 간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이 연구를 하고 있는 교육공학의 교수님은 오랜 시간 동안 디지털 아바타, 소셜 로봇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를 해 오셨다. 수십 명 아니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을 직접 테스트해 보고 관찰해 보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이들 중 소위 ‘인싸’라고 말하는 인기가 많고 모든 애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애들은 소셜 로봇이 자기 앞에 있을 때 크게 환호하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반대로 매우 내성적이고 다른 또래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이 부족한 아이들이 소셜 로봇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로봇에게 마음을 열고 보살펴 주고, 나중에 헤어질 시간이 왔을 때는 엄청나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교육공학 교수님의 이 얘기는 나에게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 있는 메슬로의 욕구단계설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로 들렸다. 욕구의 3단계인 ‘소속(애정) 욕구’를 인싸인 아이들은 이미 또래 친구들을 통해 채우고 있었기 때문에 소셜 로봇이 눈앞에 있을 때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반대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지 못했던 아이들은 마음 한편에는 ‘소속(애정) 욕구’를 채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잠재의식이 소셜 로봇이란 사물을 만났을 때 자신의 마음을 더욱 열게 되고 로봇을 의인화하는 반응이 빠르게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또 다른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고령인들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배우자를 상실하거나, 집 안에서 홀로 고독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고령인들을 위한 반려 로봇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기기들은 동물의 형상을 띄고 고령인들이 터치했을 때 음성으로 반응하기도 하고 따뜻한 감촉과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이것이 로봇이고 사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외로움, 고독함, 소외감을 해소하는 매체로 사람들은 사물들에 마음을 열고 의지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조와 고령인의 증가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각지대의 소외된 사람들을 돌봐야 하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그들에게 감정적인 교류와 위로를 해 줄 수 있는 것은 꼭 인간만이 아니다. 늘 그들 곁에 있어주고, 그들을 관찰하고, 반응해 주는 사물들이 인간화가 되어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다.


인공지능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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