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일본인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티브이 시리즈가 엄청난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쌓인 물건들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자신이 산 물건을 버리지 못해서 산처럼 쌓아놓고 사는 집들이 수두룩 할뿐더러 곤도 마리에와 함께 물건 하나하나에게 이별을 고할 때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
10년간 나와 함께 있던 친구나, 가족, 직장 동료가 저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니다. 내 집 한켠에 소외받던 물건이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까?
아마도 물건 하나하나에 사람들의 추억이 옮겨 붙어 있기 때문일 것 같다.
그 물건을 보았을 때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오래된 친구와 즐거웠던 기억,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추억, 매우 힘들었지만 열정적이었던 자신의 꿈 많던 어린 시절과 같은 수많은 추억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중고가게에 내놓으면 낡고 오래된 가치 없는 물건들로 값이 매겨질 테지만 주인에게는 자신의 옛 생각을 떠올려주는 값진 매개체가 된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그때 그 노래’라는 곡에 다음과 같은 주옥같은 가사가 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지 이게 그때 그 노래라도 그렇지 달랑 한 곡 들었을 뿐인데도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예전 기억이 바로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다.
박효신의 ‘눈의 꽃’을 들으면 강원도 겨울에 군생활 중 잠깐 내무실에서 선임과 함께 이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선임이 이 노래를 좋아해서 한 번만 더 듣고 나가자고 해 조용한 내무실에서 이 노래를 청음 했던 기억이 난다. 이외에도 예전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수많은 노래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황순원 작가의 소설 ‘소나기’에서 냇가에 흔하디 흔한 조약돌은 소녀가 소년에게 마음을 담아 던진 조약돌을 통해 소년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가 된다. 소년에겐 이 조약돌은 소녀의 마음이 투영된 사물이며, 자신의 마음 또한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가 된다.
이렇게 사람은 어떤 특별한 사물에 자신의 기억과 마음을 연결시키려 하는 본능이 있다. 연상작용을 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와 사물 간의 이러한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인공지능은 사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강화시켜 서로 간의 애착을 더 심화시킬까? 그때가 되면 곤도 마리에 말에 따라 설레는 물건들이 이제는 너무 많아져 버릴 수 없게 될까? 사물과 인간의 관계 사이에 인공지능이 들어오게 되면서 앞으로 펼쳐지게 될 이야기가 궁금하다.
하지만 모든 사물과 의미있는 관계가 되고 싶진 않다. 만약 그렇다면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기가 너무 버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