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점은 인간은 사물 혹은 컴퓨터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의인화 시키는 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경우에 이것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매우 아끼는 자동차에게 애칭을 붙여주는 사람들을 우리는 소셜미디어든 주변 지인을 통해서든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의 사물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면서 자신의 자동차를 더욱 아끼고 돌봐준다.
나 역시도 6년 동안 애지중지 돌보던 차가 있었다. 차량 지붕 위에 랙(rack)을 달고, 측면에 사다리도 부착하는 등 하나씩 내가 선호하는 것들을 추가함에 따라 차는 점점 나만의 취향이 담긴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러면서 차에 대한 애착이 더욱 커졌고, 차를 팔고 떠나보내야 하는 시점에서는 파는 것을 취소할까 하는 생각을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사물인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인간으로 여기는 대표적인 예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들 수 있다.
톰 행크스가 주연인 영화로 무인도 표류기를 다룬다. 사고로 홀로 무인도까지 떠내려간 톰 행크스는 아무도 없이 홀로 외로움과 싸워가며 무인도에서 생존을 해 나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고픔보다도 힘들었던 것은 바로 외로움이었다.
톰 행크스는 그곳에서 발견한 배구공에 ‘윌슨’ 이란 이름을 붙여 의인화 시킨다. 주인공은 분명이 그것이 배구공이란 것을 안다. 하지만 무인도 생존 내내 주인공은 더이상 그것을 배구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대화의 상대가 되어주고, 묵묵히 그의 말을 들어 주고, 같이 다툼도 하며, 가족과 다름 없는 동고동락하는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된다. 톰 행크스가 무인도에서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존재가 된다.
나는 이러한 흥미로운 사실을 매슬로의 욕구단계설과 비교해보고 싶다.
이 이론에서는 피라미드처럼 5단계의 욕구가 계층화되어 있다. 우선 가장 먼저 기본이 되는 것은 ‘생리적 욕구’다. 인간의 기본적인 이 욕구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 다음 단계의 욕구는 ‘안전의 욕구’다. 우리가 안전한 집이나 나만의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이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그 다음 단계는 바로 ‘소속(애정) 욕구’이다.
무인도에서 주인공은 척박한 환경에서 적응을 해 나가면서 사냥을 통해 배고픔을 해결하고 식수를 만들어 내면서 첫번째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다음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편하게 잘 수 있는 집을 구축해 내면서 ‘안전의 욕구’ 역시 달성하게 된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소속(애정) 욕구’는 스스로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이는 다른 사람 혹은 집단이 존재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욕구다. 주인공은 이를 마침내 배구공 ‘윌슨’에게서 찾았다. 누군가를 애정하고 소속되고 싶은 깊은 주인공의 내면 욕구는 배구공이란 너무나 명확한 사물을 인간화시키기에 이르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왜 우리는 배구공이 사물인 것을 알면서도 같이 사랑하고, 싸우고, 눈물을 흘리고, 위로를 받을까?
사물을 의인화시킨 다는 것은 인간의 욕구를 투영하는 것과 같다. 사물이란 매게체를 통해 내가 받고 싶은 사회적 욕구를 거울화 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