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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Oct 13. 2024

고달픈 몸으로, 소년이 온다

한강, 『소년이 온다』를 읽고



 이 책을 다시 읽은 건 두 개의 질문 때문이었다피와 새그리고 이 두 개의 질문은 사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습니다를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나는 어렴풋하게나마 그 답을 짐작하고 있었고내 답이 맞는지틀린지를 확인하고 싶기도확인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그래서 잠자코 있다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자마자 책을 펼쳤다한강의 소년이 온다였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라는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상을 수상하기 전대중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한 소설이다이전부터 소설가 한강의 역량은 무척이나 뛰어났지만대중에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었다소년이 온다는 한강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인물에 대한 섬세한 시선은 그대로였으나 1980년 5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다루는 매우 대담한 일을 해냈다.



 한강이 그려낸 1980년 5사람과 세상을 믿었던 사람들은 무참하게 죽었고그들의 죽음과 자신의 양심에 목숨을 바치려했던 사람들은 죽는 것 보다 못한 모습으로 살아남았다군인들의 총구가 자신을 향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이들은 총성이 울릴 때마다 썩어가는 시신으로 남았다군인들이 우리를 모두 죽일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숨만 붙은 채로 감옥에서 나왔다그들의 영혼과 미래는 이미 고문실에서 잘근잘근 짓이겨진 채였다이 소설은 양심의 소리를 들은 대가를 생명으로영혼으로 치러야만 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그날의 이야기를 열 살 때 처음 들었다고 한다작가의 아버지가 그날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썼던 극작가와 만났다는 이유로 한밤중에 가택수색을 당했다아버지는 이전에 광주에서 교사 일을 했는데작가의 가족이 서울로 이사하면서 팔게 된 광주 집에 새로 이사와 살았던 가족의 막내아들동호의 학교 선생님이었다


 동호그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정대와 정미의 시신을 찾기 위해 도청에 남았던 동호동호가 보는 앞에서 군인들의 총에 맞아 죽은 친구 정대정대보다 먼저 죽은 정대의 누나 정미당일까지 도청에서 시신 정리를 돕다가 전대병원으로 피해 살았으나그 날를 끝까지 잊지 못했고누구에게도 잊혀지지 않기를 바랐던 은숙끝까지 도청에 남았다가 붙잡혀 자신들의 지시대로 손을 들고 걸어 나왔던 동호와 중학생들에 무자비하게 총질을 해대는 군인을 목격하고그들에게 끌려가 고문당한 남자자신과 함께 살아남았던 영재는 미치고진수는 결국 스스로를 죽였고그들을 모두 뒤로한 채 살아있다는 것을 치욕으로 생각하던 이름 없는 그정미의 시신이 총을 맞은 채로 방치되어 있던 것을 보고서 끝까지 도청에 남았고자궁을 자와 칼로 쑤시는 모진 고문을 당하고도 끝까지 견뎌낸 선주그리고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한 아들을 기다린 동호의 어머니.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어떤 소재는 그것을 택하는 일 자체가 작가 자신의 표현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작가 한강에게 이 책은 시험이며 갚을 길이 없는 부채였을 것이다그날의 희생에 빚지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대신해 한강은 글을 썼고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다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는 소년이 온다가 출간되기 일 년 전에 출간되었다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가 작가가 써 두었던 시를 모아 한 번에 출간한 시집이었을 것으로 짐작하면그 속에 광주의 5월을 생각하며 쓴 시들도 있을 것이다. (진실은 작가만이 알겠지만, 나는  회상과 유월이라는 시가 그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영혼의 상처를 짚어내는 작가 한강의 책을 노벨문학상 수상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래토록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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