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 ESS 이야기
건설 업계도 뛰어드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
전 세계의 많은 정부와 기업들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의 건설 기업들도 국내 건설 업계가 부진한 만큼, 해외 수주에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의 원전, 태양광발전소, 해상풍력 등의 설계 및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성공적인 해외 진출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이처럼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신재생 에너지가 우리 일상 속 점차 더 많은 곳에 쓰이게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이 생산될 신재생 에너지를 안전하게 저장할 공간 역시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산되는 신재생 에너지의 늘어날 양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이를 대량으로 저장할 공간이 중요하다. 에너지를 대용량으로 저장했으면 이를 손실 없이 쓰임이 필요한 다양한 장소로 분배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신재생 에너지의 현안 문제 : 에너지 저장 공간 문제를 중심으로
세계 여러 국가들이 미래에 대비하여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사용은 탄소 절감을 가능하게 하여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지만, 신재생 에너지의 특성상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는 등 변동성,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상 풍력의 경우 2030년까지 설비 용량 14.3GW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태양광의 경우 송배전망을 적시에 확대하지 못하여 전력 계통에 태양광이 들어갈 여유 용량, 즉 송배전 접속 용량의 부족으로 발전 시설 설치에 어려움을 빚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태양광을 설치할 부지가 있어도 용량 문제로 인해 운영이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이를 해결할 만한 대안 중 하나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다. 상당한 용량을 저장할 수 있어서 전력을 충전했다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쓸 수 있다. ESS는 경제적으로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높은 풍력과 연계했을 때 그 경제성이 두드러지는데, 밤 시간대 싼 전력을 충전했다가 피크 타임에 되팔 수 있으며, 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을 경감시키면서 얻을 수 있는 예비력 비용 절감 효과, 피크 전력 수요를 낮춰주는 용량 비용 절감 효과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ESS는 높은 설치 비용과 비교해도 편익이 크므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따른 저장 공간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타 정부 및 한국의 ESS 활용 현황
한스경제의 한 기사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 EU와 같은 서방 국가들이 ESS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ESS 시장 규모가 전년도 대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등 주정부에서 전력사업자에 ESS 설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주택용 ESS 상용화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은 부하 이전용 ESS를 10GW 이상 보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영국은 ESS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국가 대규모 ESS 프로젝트 필수조건 완화, ESS 보조서비스 이용 요금 부과 기준을 개정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2018년 ESS 누적 설비용량이 1GW에서 2040년 29GW 규모로 확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호주는 2017년부터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율을 크게 올리면서 ESS 수요도 급증하고 있으며 가정용 ESS 설치 수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언급한 서방 국가들은 이미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타 국가들에 비해서 높기 때문에, 안정된 전력망 구축을 필요로 하여 ESS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는 것도 당연하다.
한편, 튀르키예는 ESS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 법적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규제 및 지침을 업그레이드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은 지역에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제조하기 수월한 이점이 생긴다. 이렇게 정부와 기업이 서로 보조하고, 중국과 배터리 시스템 생산을 위한 계약을 맺는 등 내외적으로 ESS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앞선 국가들의 ESS 도입 관련 정책을 벤치마킹하여 ESS 보급의 기반을 마련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합작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인프라의 조성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 및 ESS에 비중을 둘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특별법을 제안하고 기금, 비용 지원 및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등 미래를 염두한 장기적인 투자가 중요할 것이다.
우리나라 한전 전력연구원은 장 주기, 적은 유지 비용의 장점을 가진 하이브리드 ESS 모델을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글로벌 ESS 시장을 노리면서 ESS 관련 기술의 수준을 점차 높여간다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제고는 물론 국내 ESS 상용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했던 몇 건의 ESS 화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ESS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화재 예방 기술 개발, ESS 안전성 검증 등 안전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통해 ESS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가며
해를 거듭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에너지를 유연하게 저장하고 분배할 수 있는 역량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 여부가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가속화할지, 혹은 주춤하게 만들지 결정할 수 있다.
ESS의 수요 증가에 따라, ESS 기술의 발전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어 국가의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만큼 한국이 ESS 기술 역량을 개발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관련 인프라 확충 및 사업화 모델의 개발까지 ESS로 일구어 낼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과 저장 역량의 개발은 함께 가는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하여 정부의 다양한 정책 개발과 기업의 활발한 연구 등 다방면의 활동이 중요할 것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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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내. (2025. 01. 04). 트럼프 2.0 맞는 건설업계 속내는? ‘작은’ 기대 ‘큰’ 불안. 신동아.
(2024.10.07). [사설] 송전망 부족해 일부러 신재생 발전 중단하는 황당한 현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