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시아 6359. 대만 계화 우롱 극품
작년 가을에 다카마스 오카야마 일대를 여행하면서 열 군데 가까이를 뒤져보았지만 통판한정이라 결국 한국 와서 온라인으로 직구를 했었던 대만 계화 우롱. 구매직후에 바로 매진이 뜨길래 해가 바뀌면 나오려나 했는데 역시나 계화철이 되니까 새 번호를 달고 나왔다. 작년에 마셔보고 너무 좋았었기 때문에 올해도 재구매. 가격은 작년에 비해 조금 오른 2000엔으로 단위는 그대로 30g 봉입. 일 년 사이에 200엔이 올라서 돌아왔구만. 상미기한도 그대로 제조 1년이다.
번호가 바뀌면서 설명도 좀 바뀐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내용은 또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메이산향 아니고 이젠 그냥 아리산 금훤이라고 나오네. 애초에 아리산 근방이라고 했으니까.
케이카(킨모쿠세이)노 키힌니 미치타 카오리가 이쿠에니모 히로가루 타이완우우롱차. 스인다 카오리토 죠우시츠칸노 아루 아지와이.
계화(금목서)의 기품 넘치는 향기가 겹겹이 퍼지는 대만 오룡차. 맑고 청아한 향기와 고급스러움이 있는 맛.
금목서의 기품은 잘 모르지만 금목서 맛있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깊으면서도 그윽한 금목서의 향에 금훤의 달달하고 맑은 느낌이 더해져서 환상의 콜라보를 보여주었던 작년의 차품이 떠오른다.
봉투를 열어 향을 맡아보면 꽃을 잔뜩 따다 넣었는지 약간의 비릿한 꽃향과 철관음에서나 날법한 차즙 말라붙은듯한 청향이 짙다. 금훤이 청향계열이라고 생각 잘 안 해봤었는데 작년에 이 차를 마시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건엽을 덜어내어 보면 갈색으로 바짝 마른 계화가 큼직하게 포유 된 우롱차와 함께 쏟아져 나온다. 주의사항에도 꽤 여러 번 써있지만 잘 흔들어서 계화의 분배를 잘해주지 않으면 계화가 모두 아래 가라앉아서 금훤만 마시다가 마지막에 계화만 몰아서 마시게 되는 경우가 생기니 주의. 아무리 잘 흔들어줘도 두 입자의 크기 차이가 너무 커서 계화를 이븐 하게 덜어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신경 써서 덜어내다 보면 꽤 많은 계화가 섞여 나온다.
찻잎을 3g 덜어내어 예열된 다구에 넣고 직수가 아니어서 100도에서 살짝 식어버린 물 70ml를 부어 45초가량 우려낸다. 개완에서 기세 좋게 따라낸 찻물에서 기분 좋은 향이 난다. 올해는 유향보단 계화향이 조금 더 짙은 느낌이 아닌가 싶은데 그래서 말랑카우 같은 밀키함보단 계화 쪽의 은은하고 기품 있는 달달함에 가까운 인상이다. 찻잔에 코를 대고 향을 맡아보면 그제서야 유향이 느껴지고 전반적으로 농밀하다는 느낌의 향이 난다. 한 모금 마셔보면 확실히 작년에 비해선 좀 진하다는 느낌. 그렇다고 갑자기 비율을 바꿔야겠다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고 인상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지는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금훤의 밀키함과 달달함을 느끼는 재미는 좀 덜한 편. 오히려 올해는 아이스티로 더 좋지 않았나 싶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넉넉히 살걸 하는 후회가 드는데 급랭으로 막 마시기엔 양이 좀 부족했다. 다만 네 번 이상 마신 엽저들을 건엽 기준 6g쯤 모아서 400ml쯤의 물에 하룻밤 냉침해 두면 정말 진하게 냉침이 되어 나왔다. 옅은 금훤 품종향에 청향우롱의 맛도 튼실해서 냉침으로 마시는 그 한잔이 별미. 4포~5포에 냉침이 진하게 가능한 걸로 보아 내포성은 작년보다 좋은 듯.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계화 블랜딩은 가을의 맛이고 이제 계화금훤은 나에게만큼은 가을 하면 떠오르는 차 중 하나가 되었다. 가을저녁, 가을밤에 따끈하게 한잔 마시고 다음날 시원하게 냉침으로 마시면 이보다 향긋 포근할 수 없다. 연휴 내내 비가 오더니 연휴가 끝나고도 계속 비가 내린다. 청명한 가을밤에 쌀쌀해져 가는 가을바람과 함께 마시는 느낌이 좋았는데 정작 시음기를 작성하고 올리려고 보니 그 날씨가 아니어서 아쉽다. 날씨 좋을 때 진즉 마셔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짧았던 가을볕과 같은 포근함, 대만 계화 우롱,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