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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꽃이 피었습니다

아버님 전상서

by joyce shin Feb 3. 2025


아버님,

떠나신 지 일주일 후 작은 복숭아나무를 들였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소중한 것은 잊혀질 수 없지만, 그래도 아쉬워, 복숭아나무 한그루 들여놓았습니다. 언젠가는 이 슬픔도 지나가고, 물주며 꽃보며 복숭아 열매 따서 가족들 함께 먹으며 돌아볼 날 올 것이라 생각하며 들고 왔어요.



그동안 거저 받은 사랑 갚을 방법 잃어버린 허무함으로 아버지 떠나보낸 자식들은 이제껏 알지 못했던 가장 큰 아픔으로 울어대지만, 자식으로 인해 숫한 찬바람 맞으며 심장에 줄 그어가며 눈물 삼킨 부모만 못함을 알기에 더더욱 서러워 흐느낍니다.



한국의 찬겨울 2025년 1월, 잎사귀 없는 저 나뭇가지들이 봄 되면 푸른 잎사귀 오를 것 분명 알면서도, 지금은 우리네 마음을 더 스산하고 쓸쓸하게 합니다.

마음껏 아버지 아버지 부르며 목청 높여 울지 못했던 며느리가 복숭아나무 들인 지 며칠 안되어 이렇게 첫 복숭아꽃이 핀 것을 보았습니다.



자주 웃으시며 아들과 농담을 즐기셨던 아버지, 딸자식 끝까지 지켜보고 싶으셨던 아버지, 강아지 한 마리에도 정을 쏟으셨던 아버지, 어머니가 온 세상이셨던 아버지... 여기저기 새순이 활짝 피어 연분홍 복숭아꽃들 아버지처럼 우릴 향해 웃을 때, 어머니 눈에 다시금 눈물 고일듯하네요.


아버님,

저희들 이렇게 사랑하는 아버지 잃은 아픔 달래갑니다. 이제 주위에 아픈 사람들, 서러워하는 사람들, 이렇게 복숭아 꽃잎 바라보듯, 그렇게 돌아보며 살겠습니다. 그날 모두들 아픔과 설움 없는 곳에서 함께 웃을 날, 만개한 복숭아 꽃잎들도 소리 내어 웃을 거예요.


복숭아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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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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