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둥글게

미국서 이웃집 담 넘어 들린 한국노래, '둥글게 둥글게'

by joyce shin


주말은 한 주 동안 미뤘던 집안청소하는 날,

쓰레기를 들고나가 타운홈 공동 쓰레기통에 버릴 때, 아주 익숙한 한국 노래가 들렸다. 타운홈 단지 옆에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담이 높은 큰 개인주택이었고 시끌벅적한 주말파티를 종종 가졌던 영어권 이웃이었다. 그곳서 음절 하나하나마다 또박또박하게 한국말로 노래가 들리니, 나는 노래에 끌려 담 쪽으로 갔다. 타국살이 27년에, 한국 사람도 드문 지역에 살다보니 '한국사람이 이사 왔구나'하면서 반가움과 야릇한 향수에 끌려 담 쪽으로 가서 사람들의 주고받는 말이 한국말인지를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노래는 한국노래, 그것도 동요인데, 잘은 들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영어로 말하고들 있었다.


와우! 한국어를 배우고 있구나. 아마도 어린 자녀에게 노래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가 보다 하면서 이 타국에서 나도 까마득하게 잊었던 한국노래를 외국사람집 담을 타고 들으니 신기하고도 기뻤다. 한국어를 가르쳤던 경험이 있어 더더욱 반갑고 흐뭇했다. 청소도 했겠다. 최상의 보상으로 소파에 누워 리모컨을 손에 드니 직장동료가 한 말이 생각났다.


"오징어 게임 시즌 투, 시즌 원보다 재미없어요. 볼 필요 없어요!"


얼마나 재미없어 그랬을까 하니 더 궁금해져서 클릭했다. 내게는 재밌었다. 그러다 3화에선가 그곳서 내가 이웃집 담벼락을 넘어 들은 그 노래, '둥글게 둥글게'가 나왔다.


II: 둥글게 둥글게 (짝)
둥글게 둥글게 (짝)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짝)
손뼉을 치면서 (짝) 노래를 부르며 (짝)
라라라라 즐거웁게 춤추자 :II

링가링가링가 링가링가링
링가링가링가 링가링가링
손에 손을 잡고 모두 다 함께
즐거웁게 춤을 춥시다 (예예예예)


확실히 중독적인 노래이다.

이웃집 담벼락에 귀를 기울였다가 내 집으로 들어오면서까지 계속 그 멜로디가 머리에서 맴돌았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에 비해 아쉽다는 비평들이 많이 있음에도 네플릭스 스트리밍 국가 93개국에서 93개국 모두 현재 1위를 기록하고 있다니 대단한 인기이다. 그집도 아마 그때 오징어게임을 보고있었나보다. 아니면 거기서 나온 노래를 찿아 틀어놓고 빙빙돌고 있었을까...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윤석렬 대통령 계엄령 선포, 대통령 탄핵시위, 제주항공사 사고,... 하루를 멀다 하고 세계적인 뉴스감을 주는 내 나라가 놀랍고 기가 막혔다. 혹시 한국에 전쟁 나면 어쩌나 싶었던 연말에 가졌던 염려가 새해 연초가 되어도 풀리지 않은채 한국뉴스를 자주보게된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서도 부부간에도 서로 다른 견해로 자기남편이 들을까 방문가를 돌아보며 소곤소곤이야기하는 모습에 심각함을 느꼈다. 우리 집 역시, 내가 친구와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남편이 2층에서 내려와 통화내용을 듣고 내게 손짓으로 'X'를 그었다. 친구가 잘못알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고 있었다. 한국에 계신 시아버님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어 부자간 통화에서도 답답할 뿐이었다.


현재 한국의 세태만으로도 가슴 아프지만, 참혹한 양극단의 잔인하고 끔찍한 전쟁이 드론까지 등장하며 치뤄지고있다. 숨어있는 군인 하나하나까지 찿아내는 드론.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들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마치 게임에서 치러지고 있듯 보았다. 적군은 무조건 죽여야 하는것이 전쟁이지만, 최근에 동영상을 통해 러시아군에 파병간 베짝마른 북한군들이 우크라이나군 드론작동 하나로 죽어가는 모습을 본 충격이 오래갔다. 나는 가슴이 떨리고 아팠다. 게임에서나 보는것과 같은 현실이 걸러지지 않은채 어린아이들에게도 노출될텐데 아이들에겐 과연 어떻게 읽혀질까.




지금 전세계에서 오징어게임 2를 보고 여기저기서 '둥글게 둥글게'를 부르며 함께 춤을 추는 동영상들이 돌고있다. 보고있기만해도 덩달아 즐겁고 한국이 자랑스럽다. 우리나라의 현시국이 안정되고 한국컨텐츠의 세계적 인기를 축하하며 네편 내편없이 하나되어 온 국민이 여기저기서 둥글게 둥글게를 부르며 춤출수 있을 날이 언제쯤 올까. 마력에 끌리듯 어린 시절 노래에 끌려, 알지도 못하는 이웃집 차가운 회색 담벼락에 귀를 대고, 오래전 불렀던 내나라 동요에 그리움으로 사르르 가슴 떨리고 있을 그런날이 내게 또다시 오게될까.



표지 일러스트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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