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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정 Oct 25. 2024

도토리가 나무가 되기까지


다람쥐는 땅 속 굴 안에 도토리를 모아 놓고 겨울잠을 잔다고 한다. 둥지 외에도 여기저기 도토리를 조금씩 묻어두는데, 그걸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다람쥐가 찾지 못한 도토리는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참나무로 자란다.


이 이야기를 듣고 사람의 기억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겪는다. 하지만 그걸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뜻하지 않은 계기를 통해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 상기하게 되면 아... 내가 이런 적이 있었지,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지, 이 시기에 참 힘들었는데 그 사이에 잊고 있었다니,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나는 이게 다람쥐가 찾지 못한 도토리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기억들도 참나무가 될 수 있을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글을 쓰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나의 전 생애를 훑게 되는 일이 한 번은 꼭 생긴다. 사실 이런 계기가 아니면 일상에서 이미 지나간 기억을 떠올릴 일은 별로 없다. 우리에게 닥친 오늘을 소화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늘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공허해지는 순간을 맞게 된다. 그럴 때 나에 대한 글을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몰랐던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그때와 지금의 나는 참 많이 달라졌구나, 하고 말이다. 

이런 것은 오늘만 살아서는 알 수 없다. 


힘들 때는 동굴 안에 영원히 파묻힐 것 같지만, 한 줄기 햇살을 맞게 되면 굴 안에서의 기억은 잠시 잊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동굴 안에서의 겨울도 동굴 밖에서의 봄도 나에게 모두 필요한 계절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뜻밖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그런 여정에 대해 써나가고자 한다. 






내가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건 학창 시절부터였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걸 알았고, 나 역시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오랫동안 나는 그러지 못했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미래의 언젠가로 미뤄두기만 했다. 

나이가 들면서 가늘게라도 나를 지탱해 주었던 그 꿈의 줄이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들었다. 점선처럼 산발적으로 써왔던 글을 주기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그 '언젠가'를 '지금 당장'으로 실현하기 시작했다. 

나처럼 쿠크다스 멘탈 때문에 매일 좌절하지만 끝내 꿈을 놓지 않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늦게라도 꽃 피울 이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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