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그리고 엄마
종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책방은 조용함을 지나, 정적에 잠겨 있었다.
루크는 움직임 없이 기둥에 웅크리고 있었고,
책방 안엔 어지럽게 부서진 책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몇 권은 타버려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불길은 사라졌지만, 연기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잔해 속엔, 마음들이 겹겹이 묻혀 있었다.
초록빛은 더 이상 일렁이지 않았고
나를 보호하던 마법의 결계는, 지금 이 공간 어디에도 없다.
‘마법이란 게,
결국 나에게서 비롯된 거라면...’
내가 이렇게 텅 빈 마음으로 있는 거라면,
이 책방도
결국, 비워진 나를 닮아버린 게 아닐까.
무너진 책장을 다시 세워야 했지만
쓰러진 채, 나는 눈을 감았다.
바람이 스쳤다.
창문이 흔들리고, 무너진 책들 사이로 낯선 기척이 지나갔다.
나는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봤다.
책방 문틈 아래, 한 장의 쪽지가 미끄러져 들어오고 있었다.
천장에서 루크는 조심스레 그것을 집어 들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종이는 따뜻했다. 마치 방금 전 누군가의 손에 있던 것처럼.
거기엔 짧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빛이 꺼졌다고, 어둠이 끝은 아니야.”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게 닿지 않았다.
아무 위로도 되지 않았다.
“그만해야 하는 걸까...”
바로 그때, 루크가 내 머리를 감쌌다.
그 순간, 나는 어느새 붉은 노을 속에 있었고,
그 빛은, 세상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다가와
양팔로 나를 품에 안았다.
그 따뜻함에, 나는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
한동안, 엄마 품에서 원 없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