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은 이어지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겨울의 매서움이 물러가고, 코끝에 풀내음이 먼저 스미는 봄이 책방에도 찾아왔다.
문을 열면, 따뜻한 햇볕에 데워진 공기가 먼저 들어왔다.
이제 책방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잿더미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마음은,
무너진 것보다 훨씬 더 단단했다.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책방을 열었다.
루크는 책장 맨 위칸에 편히 앉아 있었다. 이제, 아무도 경계하지 않았다.
딩-
종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는 이제 낯설지 않았고, 언제나 반가웠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는 한 여자아이였다.
손엔 낡은 노트가 들려 있었다.
“여기.. 글을 쓰고 싶은데요.”
그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아이를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미소 지었다.
“괜찮아. 여긴 그런 곳이니까.”
책방 안의 빛이, 아주 작게 숨결처럼 일렁였다.
새로운 시작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 아이는 종종 책방에 들렀다.
책 사이에 앉아 글을 쓰고, 내게 읽어주기도 했다.
때론 울기도 했고, 때론 웃기도 했다.
나는 말없이 그 아이의 글을 지켜보았다.
그 아이의 문장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잔잔히 마음 깊은 곳을 두드렸다.
어느 날, 아이는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나도.. 마법을 쓰고 싶어요.”
책상 서랍 속에서 작고 오래된 펜 하나를 꺼냈다.
마법 펜.
책방을 열기 전, 루크가 발에 쪽지를 묶어 물고 온 것이었다.
나는 그 펜을 처음 받던 날, 마법을 믿기로 했다.
“이건, 내가 처음 마법을 썼을 때 쓰던 펜이야.”
아이의 눈이 커졌고, 손끝은 살짝 떨리며 펜을 향해 다가왔다.
“할 수 있을 거야, 넌.
누군가의 이야기는, 또 다른 누군가의 시작이 되기도 해. 잊지 마.”
“네!!”
아이의 대답은 망설임 없이 밝았다.
마법 펜이 아이의 손에 잡히는 순간.
책방 전체에 초록빛으로 가득했다.
루크는 새로운 마법주인을 반기듯 둥지에서 날아와, 아이의 어깨에 조용히 기대었다.
이제, 마지막 장을 덮을 시간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끝은 곧, 누군가의 첫 문장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로 온 작은 마법사와 함께
마법이 깃든 책방의 문을 다시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