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예정된 출발시간인 8시 30분을 6분 지나친 상황. 비행기 문은 닫힐 생각을 안 한다. 승무원과 게이트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사뭇 심각했다.
'아마도 아까 쓰러진 그 사람 때문이겠지'
오늘은 첫째와 후쿠오카 여행을 가려고 비행기에 오른 참이었다. 게이트를 통과하여 브릿지를 향해가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쓰러져 있었다.주변에 가족인 듯한 일행 4명의 표정이 심각했다. 손자로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의 울듯한 얼굴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해비딜레이 (heavy delay : 많이 지연되는 것)를 예상했다. 저 상태로는 탑승이 불가할 텐데.. 하필 가족단위라 수하물로 부친 짐도 여러 개일 것임에 분명했다.
항공보안법에 따라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은 사람의 짐을 싣고 출발할 수 없다. 승객의 짐은 벌크 (Bulk)라는 비행기 내부 커다란 공간에 캐리어 낱개로 실리거나, 혹은 컨테이너 별로 실리는데 비행기에 실리는 짐의 개수는 아무리 작아도 백개이상이다. (승객이 500명씩 타는 비행기를 상상해 보라!!) 가족, 일행이라고 짐을 곱디곱게 한데 모아 차곡차곡 쌓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행기는 당신이 가족이건 일행이건 관심이 없다. 그저 벨트를 타고 비행기에 도착한 대로 탑재 작업할 뿐. 수백 개의 뒤섞인 짐들 중 탑승포기 승객의 것을 찾는 것은 기나긴 시간을 요구한다.
생각보다 출발직전 승객이 탑승을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번처럼 환자가 발생하거나, 의외로 많은 수가 공황장애.. 타고 보니 발작이 와서 내리는 경우를 심심찮게 봤다. 혹은 탑승 후 가족의 부고소식을 듣거나, 함께 탄 연인끼리 싸워서 빡친 여친의 하기선언까지.. ^^ 하여간 기상천외한 사유들도 차암 많다. 이럴 경우 비행기 출발은 조업사 직원들이 얼마나 빨리 짐을 찾아내느냐에 달려있다 ㅎㅎㅎ
이런저런 생각에 분주하던 사이 문이 닫혔다.
8시 36분.
'잉? 생각보다 빨리 출발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할아버지 이름으로 부친 짐이 없었다. 가족들은 탑승하였고, 할아버지만 탑승을 포기한 듯했다. 남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이 얼마나 씁쓸한 마무리인지.
모쪼록 잘 회복하셨기를.
또, 모든 승객이 아프지 않기를.
비행기지연을 원치 않는 한 명의 이기적인 공항인의 염원을 담아 오늘도 모든 승객의 안전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