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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ots Oct 03. 2023

장애를 수용하는 방법

입에 문 펜으로 그린 드로잉

입에 펜을 무는 것은 또 다른 신체의 경험이다. 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은 다른 감수성이나 언어를 익힐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나는 이것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그림을 배우지 않고 그리면서 알게 되었다.


드로잉북에 그림을 그릴 때, 하루에 스무 점까지 그려본 기억이 있다. 화분을 시적문장에 맞춰서 변형해서 그린 그림들도 있고 비슷하지만 다른 나무를 그린 그림들도 있다. 그래서 똑같이 그리는 그림에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이런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내가 입에 펜을 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똑같이 그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그림에 개성을 더한 것일 수도 있겠다.


흥미를 잃지 않는 이유는 몸을 사용하는 것 때문이다. 장애로 인해 수동적이었던 몸이 무엇을 할 수 있는 몸으로 바뀐 것이다. 몸의 사용은 내 몸을 수용한다는 의미고, 내 몸의 장애를 부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아래의 그림들은 비교적 최근에 그렸던 드로잉이다. 이 그림들은 장애를 수용한 신체에서 비롯된 감수성을 반영한다. 이미 완성도 높은 드로잉도 있다. 나에게 입에 펜을 무는 것은 감수성이나 언어의 문제지, 장애 극복과는 관계가 없다. 어쩌면 나는 이런 신체 경험을 즐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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