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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ots Oct 05. 2023

코딩으로 그림 그리기

첫 번째 개인전에서 나는 잉크 펜 드로잉과 함께 코딩으로 그린 그림을 전시했다. 펜 드로잉의 연장선으로 네 가지 사물의 뒷면을 그림을 그릴 때 짰던 코드를 함께 전시했다. 내가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코딩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마우스 중심의 그래픽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첫 개인전에서 전시했던 드로잉들


이것을 경험하기 전에는 컴퓨터로 무엇을 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컴퓨터 그래픽의 중심에는 언제나 마우스 사용이 있었기 때문에 손이 불편한 내게는 늘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코딩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생각은 편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기존에 이어갔던 잉크 펜 드로잉과 함께 코딩 드로잉을 이어나갔다. 나는 그 그림들에게 문장을 붙여주었다. 새로운 것은 가까이 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은 내게 흥미로운 작업이고 놀이다.


두 번째 전시에서 코딩 드로잉은, 지인의 도움으로 모니터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전시장 벽에 걸린 그림들과 함께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전시되는 그림들은 얼굴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고개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모니터 위에 있는 카메라가 움직임을 인식해서 슬라이드가 넘어가는 것이다. 얼굴의 움직임에 페이지가 넘어가는 전자책이 되었다. 나는 이것을 손이 불편한 사람이 그림책을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경험하는 그림책


그 후로 나는 코딩으로 그린 한 권의 그림책을 완성했다. 하나의 이미지와 하나의 문장이 짝을 이루는 그림책이다. 사실 아직 밖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신체가 어떤 체험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신체와 언어의 관계적 사유를 이끌어낸다. 이런 방법으로 이미지가 나에게 주는 경험은 장애가 있는 나의 신체를 다르게 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이렇게 나는 나의 신체를 읽어나가고 있다. 언어는 신체와 움직임을 읽어내고 습득함으로 확장된다. 나의 언어는 신체의 사유와 함께 이렇게 확장된다. 


최근에는 얼굴 인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기존에 그렸던 그림들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기존에 그렸던 선을 코딩으로 옮겨오기도 하고 기존의 그림의 색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있다. 이것들이 모이면 또 다른 그림 그리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컴퓨터로 진행하는 작업은 신체를 확장시켜 준다. 더불어 개발자로 일하면서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개발이 나에게 주는 유익은 경험을 확장시켜 주고 새로운 경험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앞으로의 그림은 어떻게 확장될지 궁금하다. 언어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존재하고 조금씩 확장하게 된다. 이 언어가 소통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의미로 소통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꽃을 틀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빨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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