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비키니를 선보이며 조선시대 최고 걸작 히트 상품을 판매한 한강수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져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러한 인식을 뒤로하고 저 멀리 그의 운명을 뒤바꿀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은 동전의 양면이었던가 ?
한강수는 조선 한양에서 현재로 복귀한 이후 한동안
칩거에 들어갔다.시공간 이동을 하면서 에너지 소모로 인한 지나친 체력 방전도 있었지만시대를 초월하고 역사를 뒤흔드는 것이 개인의 감정에 의해 좌우 될 수 없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엄습해 왔다.
한강수가 무심코 접속한 너튜브와 나이버 검색에는 조선왕조실록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조선왕조 실록(朝鮮王朝實錄)
‘ 어디서 기인한 건지는 모르나 그해 여름 한양에서 보기에도 민망한 이상야릇한 여름옷이 대대적인 인기를 끌어서 사회문제가 되었고 아무리 국률로 다스려도
그 열기가 식지 않아 최대의 사회문제가 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이상야릇한 한양 여름옷
"나의 작은 날갯짓이 역사를 바꿀 수 있구나"
눈을 감고 깊은 고심에 쌓인 한강수.
“과거 현재 미래는 하나의 공간에 이어져 있었구나”
한강수는 역사적 깨달음을 얻었다.
편리와 이로움이 항상 시대를 이끈다고 생각했지만 오직 이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얻은 한강수.
AI 보이스가 한강수의 찜찜한 감정을 읽고 있었다.
“서방님... 그렇다고 죄책감까지는... ”
한강수는 현재로 이동된 몸이 완전화 되면서 뇌에 있던 AI 보이스가 절전 상태로 전환되고 오랜만에 부인 평지은을 만날 수 있었다.
“부인...참으로 오랜만에 뵙는 군요. 사실 항상 AI 보이스로 부인과 대화를 나누고 도움을 받고 있어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얼굴이 빨개진 부인 평지은.
“아이고 감사합니다. 서방님... 저도 이렇게 실물로 잘생긴 서방님을 만나는 게 너무나 좋아요”
부인 평지은은 AI 보이스를 절전 상태로 두고 오프라인에서 대면으로 한강수 서방님께 지극 정성으로 관심과 사랑을 쏟았다. 오랜만에 두 사람이 편안한 시간을 함께 했다.
그러던 어느날
명상에 심취해 있던 한강수가 부인 평지은에게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천재 과학자 부인 평지은은 다시 AI 보이스로 한강수의 뇌에 자신을 탑재하면서 AI 보이스 스위치를 켰다. 그리고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같은 자기장 활동이 극대화될수록 전파 간섭이 심해져서 노이즈가 커지고 있네”
“같은 활동 ?
그러면 우리 말고 누군가가 기억구매대행을 ?? ”
이런 일이 처음이라 한강수와 부인 평지은 모두 당황했다.
“서방님...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한강수는 눈을 감고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네 조금 작게 들기긴 하지만... 뭔가 기능상의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요”
평지은은 뇌에 탑재된 AI에 대해 모든 검사에 돌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뇌 AI의 답이 나왔다. 부인 평지은의 AI 보이스가 떨리기 시작했다.
<배송 준비중>
“임나일본부설?? 이게 뭐지?”
“서방님 우리가 기억구매대행을 하지 않았는데...
누가 과거로 책을 구매 대행시킨 걸까요 ?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
: 주변국이 4세기 후반에 한반도 남부지역에 진출하여
백제, 신라, 가야를 지배하고특히 가야에는 일본부(日本府)라는 기관을 두어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했다는 설.
임나일본부에 관한 연구는 17세기에 시작되어 19세기 말에는 본격적인 문헌고증에 의해 정설로 뿌리를 내림과 동시에 세계 각국에 소개되었다. 이를 통해 이미 3세기경 주변국은 한반도에 식민지를 건설할 정도로 주변국의 고대사회가 발전했다는 논리와 함께 한반도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되었다.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
이처럼 임나일본부설은 주변국이 한국에 대해 제국주의적 침략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으며, 본래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다는 이론과 함께 식민통치를 합리화하는 이념적 토대가 되었다.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에 대한 내용을 숙지한 한강수는 자신의 뇌에서 감각을 집중시켜 사태의 진위를 파악하려고 했다. AI 보이스도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과거로 도서 주문에 대한 수색에 나섰다.
“요청내용 확인”
“요청 내용 분석”
“더 좋은 해답을 찾기 위해 전방위 자료 탐색”
평지은 AI 보이스가 긴 시간이 흐른 후 답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서방님 안 좋은 소식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주변국에서 우리와 유사한 AI가 개발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누군가가 과거로 왔다간 흔적도 발견 되었습니다”
“그게 누구란 말이요?” 한강수는 다급하게 물었다.
“사람인지 요괴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주변국가에서 주문한 도서가 과거로 ‘배송 준비 중’임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반품을 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강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서방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저희가 움직이지 않은 기억에 대한 반품 조치는 불가한 상황입니다”
당황하는 한강수. 한강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방법이 없다는 말씀이요?”
AI 보이스는 고심하다가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다만...다시 과거로 가셔서 직접 물건을 회수하신다면 상품 철회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제가 직접 다시 과거로?”
만약 이대로 주문된 책이 과거로 배송된다면 지금의 역사 또한 달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래로 가봐야 이미 때는 늦으니 과거로 가서 원점에서부터 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AI 보이스가 현재 한강수의 상황을 분석했다.
“ 서방님 다시 과거로 가시려면 많은 운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시간이 부족하긴 한데...”
한강수의 눈빛이 빛났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인생이 그러하다. 자신이 원하는 T(Time) P(Place) O(Occasion) 시간, 장소, 상황에 모든 것이 맞춰지는
그런 순간은 아마도 절대로 없을 것이다.
임나일본부 도서가 과거로 배송된다면 과거 현재 미래가 이어져 있는 시간 축선에서 거짓 역사가 본 역사가 되어 현재로 투영되어 고착화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느낀 한강수. 과거로 배송된 도서를 현재로
강제 반품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직접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길 뿐. 그의 역사적 운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