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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왕자 Oct 18. 2024

로스트 타임 (Lost Time)

어둠의 소용돌이

14화  로스트 타임 (Lost Time)


처절한 혈투 이후 현재로 돌아오며 내공이 모두 소진된 한강수는 2주간 휴식기에 들어갔다. 한강수의 목 주변에 맹독이 퍼진 이후 치료에 전념하는 부인 평지은.     


결혼 후 처음으로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평지은과

이제 막 내공을 회복하는 한강수는 같은 시간에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하는 평행이론을 접하게 된다.     

   

로스트 타임(Lost Time)이 열리는 순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천둥치는 전봇대 가로등 불빛. 굵은 비가 차창에 드리운다.     

평지은의 방. 모든 물건들이 잘 정리정돈 되어있다.

책상 위에 한강수와 함께 찍은 결혼사진 속 해맑은 평지은 모습이 있다. 사진 액자위에 천둥과 번개가 비친다.      


최재훈 노래 <비의 Rhapsody>가 들려온다.      


평온한 일상이지만 이래저래 동분서주하는 천재 과학자 평지은. 그녀는 국가사업인 강릉~울릉도 해저터널 공사를 앞두고 연구소에서 작년부터 동해바다 해저 지질 및 광물 연구에 대한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었다.  

강릉~울릉도 해저터널 공사

침대 위 노트북에서 동해바다 지형을 보며 이해 못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평지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서방님 세상엔 이상한 일이

 참 많아요”     


한강수도 부인 평지은의 말에 동감한다.      


“그러게요. 이게 1692년. 그러니까 임진왜란 100년 후 주줏돌인데..


"동해바다 해저 지층에서 발견 된 이건....

마치 타일처럼 정교하게 절단되어 있고 다이아몬드 형태의 대칭적 구조를 이루고 있으니...

이미 고대 문명이 존재했다는 건데요”     


“아~ 서방님 이건 연대 측정이 잘못 ? ”     


화들짝 놀라는 평지은.     


“어 ? 맞네 ? 이 기계는 틀린 적이 없는데...”     


“100만년 전이라고 나오는데...”     


“뭐라구요 ? 100만년 ? 그 시대에 문명 생활을 ?”     


머리를 쥐어짜는 부인 평지은을 한강수가 토닥이며 말한다.      


“과학저널(Scien Journal) 학술지를 보면 호모 사피엔스 가운데 가장 오래된 화석은 약 30만 년 전 이고, 네안데르탈인은 약 43만 년 전이고...1974년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루시(Lucy)'는 약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최초로 직립 보행을 한 인류의 조상인데 약 600만 년 전 부터 200만 년 전까지 400만년 동안이나 생존하다 멸종했대요. 지금 인류의 직계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약 10만년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상당히 긴 시간동안 존재했지요”     


한강수의 말에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는 평지은.     


“서방님 졸려요. 그리고 600만년 ? 100만년 ?

이러니 숫자가 실감이 나지 않고 더 졸려요.

아주 오래전엔 지금보다 더 앞선 문명이 살았다고도 하고 저도 지금이라도 서방님처럼 시간 이동을 해서 기원전으로 돌아간다면.. 여왕폐하가 될지도... 설마 상궁은 아니겠죠?”     


“내일 아침 강릉행 KTX를 타야하니 오늘 편히

푹 자야겠어요”     


서방님 한강수의 품에 안겨 단잠을 청하는 평지은.     




같은 시간. 강릉의 한적한 바다. 아무런 고민이 없는 듯 파도소리. 강릉 파도 속으로 들어가면 해저 지각에서 불씨가 보이고 작은 기포가 하나씩 올라온다.

이내 거대한 공기 방울이 뭉텅이로 발생한다.      

동시에 평지은의 꿈에 공기 방울이 비치며 동해안 물이 빠지는 장면이 나타난다. 평지은의 예지몽(豫知夢)이 투영된다.      


잔잔한 강릉 바다. 물고기 들이 떼죽음을 당해 바닷가 위에 둥둥 떠 있고 지나가는 새들도 하나둘씩 떨어진다. 동해안의 물이 서서히 빠지며 저 멀리 지평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평지은이 마구 달리기 시작한다.     

서방님 한강수를 애타게 찾지만 물이 빠진 동해바다 육지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뒤돌아본 광경이 더 공포라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평지은.      

동해 바닷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해저지형이 나타난다. 크게 고함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평지은.     


“아아아악~”     


식은땀이 흘러내리며 너무나도 생생한 기억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평지은.     


이건 도대체 무슨 꿈이지 ? 너무나 레알인데...

마치 꿈이 아니라 현실처럼 느껴지는 이건 도대체....”     


“부인... 진정하시오”     


한강수가 애써 부인 평지은을 달래며 따뜻한 물을 건넨다.     


거실 거튼을 열고 아침 햇살을 드리게 하는 한강수.

거실에서 TV 뉴스 특보가 뜬다.           


<TV 뉴스 특보>

(앵커) 역사적인 강릉~울릉도 해저터널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실드 TBM 방식’ 의 해저터널로 예상되는 경제적 부가 가치는 100조이며...  그러나 일본 정부만 이 해저터널 공사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국익을 위한

한반도 내 건설을 일본이 개입하는 것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강릉~울릉도 해저터널 공사

TV 뉴스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한강수와 평지은.

일본의 개입이라는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일단 강릉에 가려면 KTX를 타야 하니까...”     


용산 KTX (서울 용산역)       


아침부터 분주한 용산 KTX 터미널.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한강수와 평지은도 분주히 짐을 들고 움직인다. 강릉행 티켓을 사고 시계를 보며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한강수와 평지은.      


“강릉바다를 보면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도 좋아질 거에요”     

                  

그 시각. 강릉 (강릉~울릉도 해저터널 공사 현장)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열심히 자재를 나르고 움직이는 인부들. 건설 장비들의 큰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진다.

우선 강릉 바닷가 해변에 20층 높이 종합 상황실을 만들어

역사적인 공사의 전초기지로 만들고 각종 첨단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지하부터 굴착하여 해저 굴착 작업을

시작하는 상황이다.      


해저터널은 바닷물의 압력이 커서 건설 자체가 매우 힘들다.

그래서 환경과 조건에 맞는 공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초 강릉~울릉도 해저터널은 '가물막이 공법'이 거론되었다. 이 작업 방식은 아시아 최초 해저터널인 통영 해저터널 건설에 사용된 공법(바다에 임시로 댐을 쌓아 바닷물을 막고 물을 퍼낸 다음 굴착하는 방식)이었지만 울릉도 중간 여울목 지점에서 해류가 거세어 3D 환경 시뮬레이션 평가에서는 불가능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이에따라 한국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실드 TBM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작업 방식은 영국 템즈강 밑에 해저터널을 만들 때 사용한 오래된 공법으로

자동화된 회전식 굴착기로 땅을 긁으면서 콘크리트 블럭을 조립해서  터널을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해류가 거센 해저 공사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    

 

“공법을 무얼 택하느냐에 따라 완성된 해저터널의 미래가 보장되니까.. 처음부터 단추를 잘 끼워야지요”     


KTX에서 하차 후 렌트카로 편안하게 운전하는 한강수.

부인 평지은도 모처럼 예지몽(豫知夢)의 고통스런 기억에서 한층 마음이 편안해져서 자동차 의자를 뒤로 하고 기지개를 켰다.


“맛있는 걸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기분이 좋아지면 기운이 날 것이고... 기운이 나면 일이 더 잘 풀릴 것이고... 고고고 ~~~”     


“그러나 지금 동해바다 지각이 좀 이상해...

내일 해저터널 현장 세미나에서 이걸 말하면

다들 놀랄텐데...”      


한강수가 운전해서 해저터널 공사 현장으로 가는 차 안.

평지은의 에메랄드 목걸이가 빛나기 시작한다. 한강수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방향을 잡지 못한다.      

계속 오류 메시지가 뜨면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평지은이 불평을 쏟아낸다.      


“이 아줌마 뭐라는 거야... 계속 왔다갔다.”     


이상함을 감지한 한강수가 주변을 살핀다.     


“아까부터 계속 같은 곳을 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어? 아까 분명 주소를 제대로 찍었는데... 여긴 어디야 ?”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는 평지은.  


“주소는 맞게 찍혔는데... 없는 길로 나오네...”     


차에서 바라본 곳은 정문에 성황당처럼 댕기줄이

걸려있는 오래된 고택. 어딘가 을씨년스럽고 살기가 넘친다.

평지은도 도무지 믿지 못할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고 의식을 차리려한다.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피는 두 사람. 반쯤 열린 오래된 고택 문 안으로 넓은 마당이 보인다.


문을 조금 열고 안을 살피는 두 사람.

끼이익~ 문이 열리고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마당 한 가운데 위치한 흉물스런 10m 높이의 돌기둥.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돌기둥은 비바람에 씻기고 번개를 맞아 갈라져 있고 형체가 많이 상해있다. 고택 안채에서 나와서 한강수와 평지은을 본 점쟁이 노파.     


머리는 풀어 헤치고 외관상 점쟁이다운 면모를 보이는 자태인데 평지은을 보자 일상 얼굴에서 이내 두 눈이 커지고 놀라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말을 잇지 못한다.

쟁이 할머니의 눈동자가 흰빛이 된다.     


“설마 설마 했어. 전해오는 예언이 맞았어...

고대의 예언이...”     


한강수와 평지은도 점쟁이 할머니를 보고 놀라 섬찟 서있다.                      


개기일식(Solar Eclipse)


개기일식(Solar Eclipse)으로 달의 그림자가 지구 표면을 가려 태양을 완전히 삼켜 버렸다. 갑자기 주변에 어둠이 깔렸다. 밝은 낮임에도 어두운 밤과 같은 상황 변화에 당황한 두 사람.     

개기일식(Solar Eclipse)

점쟁이 할머니를 보자 놀란 두 사람도 뒷걸음질 치며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빛이 전해지자 두 사람 등 뒤에 있던 돌기둥이 들썩이며 으스스한 소리를 내며 떨기 시작한다.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시간은 멈추고 돌기둥 주위에 과거와 현재가 겹쳐서 동시에 투영된다.  한강수의 눈에 돌기둥 뒤편으로 기원전 100만 전 한반도 고대 문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서있는 돌기둥이 10배 더 큰 돌기둥으로 변하면서 색깔이 붉어진다.


100여명의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개기일식으로 어둠속에서 사람들의 핏자국만이 벌겋게 색을 더하고 있다. 중전마마의 육성이 피비린내 속에 울려 퍼진다.      


“이 어린공주를 두고 어디로 피한단 말이냐”     


어린 공주를 살리기 위해 이 장소에서 100여명의 사람들이 처참하게 몰살 당한다. 기둥 옆에 서있던 평지은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점쟁이가 흐느낀다.     


“과거의 예언이 적중했네... 나도 처음엔 안 믿었지. 돌기둥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통로였어.

같은 시공간에 모두 투영되어 나타나게 된 거지.

과거의 모든 흔적을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돌기둥이야. 여기서 얼마나 많은 변화들이 쌓이고 묻히고 했을지..."     


한강수는 정신을 차리는 부인 평지은을 업고 이곳을 빠져 나간다. 차장으로 가면서 뒤를 돌아보면 점쟁이 할머니가 두 사람을 노려본다.      


같은 시간. 강릉 바다. 강릉 파도 속으로 들어가면 해저 지각에서 불씨가 보이고 작은 기포가 하나씩 올라온다.

이내 거대한 공기 방울이 뭉텅이로 발생한다.      

동해 해저 지층과 연결된 평지은의 노트북에서 굉음이 울린다.      


"동해 바다 해저 지층이... 움직임이... 이럴 리가 없는데...“


”부인 어찌된 일이요? 해저 지진이라도 났다는 거요? 동해바다에 ?”     


노트북을 열고 일일이 동해바다 지형을 분석하는 천재 과학자 평지은.     


“모든 건 전조 증상이 있는데... 이미 이런 증상이 나온 지 오래전인데  왜 아무도 몰랐을까? 누구 하나 얘기한 사람도 없었고...”     


강릉. 해저터널 공사 종합 상황실 (지상 건물 20)

       

바닷가 해변. 20층 높이 종합 상황실에 도착한 한강수와 평지은. 종합 상황실 문이 열리며 급히 현장소장을 만나는데 종합 상황실에 전기가 깜빡이고 건물이 흔들리는 상황.

순간 요란하게 울리는 화재 경보기 소리.     

큰 폭발음이 콰광하고 울린다. 동해바다 해저 지진이 요동친다.           

해저터널 공사장 제 1 공구가 해저 지진 여파로 무너져 내린다. 모니터 화면이 꺼지고 야간 발전 등이 켜지면 놀라 당황한 종합 상황실. 해저 지진 이라는 말에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멀리 바닷가를 주시하던 사람들의 눈이 커지면서 소리친다.    

 

“저기 저쪽에...”     


순간 아주 작은 흰색 띠가 지평선에 보이고 이를 바라보던 평지은의 눈도 커진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지켜보며 벌벌 떨고 있다.       


“해일이다”     


동해바다 해저 지진으로 발생한 큰 파도가 몰려오고 있었다.               

평지은의 목소리가 다급해진다.      


“해일 속도는 지진 크기가 아니라 수심이 얼마나 깊은가 인데...”     


“동해바다 평균 깊이는 1,6845m 이니까...”     


이리저리 계산해보는 평지은.     


“현재 발생한 해일 속도는 시속 500km 여객기 속도이고 높이는 8m~10m 예상. 강릉시 전체가 위험한데...”     

한강수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분석에 나섰다.     


“쓰나미의 높이는 수심이 깊은 곳의 해일은 낮지만 오히려 수심이 얕은 곳으로 올수록 뒤쪽 파도가 앞의 파도를 따라잡아 해일 높이와 위력이 강해지니까요”     


사람들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소리치는 평지은     


“먼저... 빨리 강릉 시민부터 대피령을 내리세요”               


<비상경보>     

긴급 비상입니다. 현 시간부로 강릉시민 대피령을 전달합니다. 이건 실제상황입니다.

 현 시간부로 긴급히 대피를....     

종합상황실이 멀리서 빠르게 오는 해일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움직인다.


사이렌 발동. 분주한 사람들과 대피령을 내리는 현장소장.

당황한 평지은과 한강수의 얼굴로 해일이 강릉시를 집어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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