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잘 다니던 회사 때려치우고 제주도에서 살겠다니 제정신이야?
제이든, 우리 계속 같이 일하면 어떨까?
대학을 휴학하고 잠시 하던 3개월의 디자인 인턴. 끝날 무렵 대표님이 제안을 해왔다. 디자인이 아닌 다른 일도 해볼 수 있어 재밌었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도 잘 맞아 결국 1년 3개월을 다니게 됐다. 그 사이 회사는 3개의 매장을 더 내고, 회사 내에서도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게 계속 마음에 걸렸고, 결국 다시 대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심을 하게 됐다.
대표님, 저 그만두겠습니다.
호기롭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대학교로 돌아가겠다는 뜻에 대표님도 공감을 해주었고, 졸업 후 다시 보자는 진심인지 인사치레인지 모를 말을 끝으로 첫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새로운 일을 배우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과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있기도 할 때라 복학까지 4개월의 여유기간을 일부러 잡아두었고, 그동안 무엇을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갑자기 제주도에 살겠다고?
당시 제주도 한 달 살기가 유행하고 있어 많은 대학생들이 제주도로 향하고 있었다. 무작정 여행을 떠날 수도 있지만, 4개월 내내 여행을 가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고 일을 하며 여행도 할 수 있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스텝살기를 해보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걱정하시던 부모님도 완강한 자식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겨울에 제주도에서 뭐 해? 한 달이나 할 게 있어?
제주도에 대한 첫 기억은 중학교 수학여행이었다. 단체 버스에 올라 성산일출봉을 오른 후 돼지 두루치기를 먹고, 천지연 폭포도 구경하고 흑돼지 구이를 먹었다. 그 후에도 두 번이나 가족여행으로 찾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렌터카를 타고 수많은 관광지와 박물관 중 하나를 하루 한두 개 여행하고 제주도 맛집을 검색해 맛있지만 비싼 끼니를 때웠다. 제주도 한 달살이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의문은 어찌 보면 다양한 것이었다. 특히 겨울의 제주도는 더 그랬다.
시작이 반이라고, 할 게 없으면 돌아오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제주도행 항공권을 끊고 차를 빌렸다.
그렇게 제주도 한달살이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