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또다시 제주도 한달살이

이번 한 달은 다를 수 있을까요?

서울 가서 꼭 연락해야 해, 일 년에 한 번은 만나자!

한 달 반이라는 기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동안 만난 새로운 스탭만 해도 손에 다 꼽지 못할 정도였고, 제주도의 동서남북을 골고루 경험했다. 조용한 힐링을 생각했던 처음의 계획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그 덕분에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못 했을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정들었던 다른 스태프들과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나가겠노라 다짐하며, 남은 방학 기간을 알차게 보냈다. 처음으로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한 달 반동안 일본에서 해외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새로운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전전하고, 대출을 알아보며 새 학기를 맞이했다.

미안해, 나는 오늘 못 갈 것 같아.

일 년쯤 지나, 게스트하우스 스탭 전체 모임 연락이 왔다. 같이 일했던 스탭들은 물론이고, 그동안 게스트하우스를 거쳐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랬다. 다양한 음식과 프로그램이 마련된 자리였지만 밀린 과제에, 졸업 준비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늦은 나이에 하는 졸업이라 조바심이 많아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은 꾸준히 제주도를 찾았다. 사라봉에 올라 제주 전경을 보고, 위미와 공포천에서 바다멍을 때리고, 전기자전거를 타고 우도를 한 바퀴 돌고, 신창해안도로에서 드라이브를 했다. 나만의 여행 코스를 가족, 연인, 친구, 동료들과 나누며 추억을 계속 쌓아갔다.

오빠, 저 제주도 한달살이 하러 가요!

틈틈이 제주 생활에 대해 물어보던 학교 후배가 갑작스레 제주도 한달살이를 떠난다고 했다. 인턴으로 일하던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팀장님도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도로 떠난다고 연락해 왔다. 모두 내가 버릇처럼 말하던 제주 생활 이야기에 영향에 결심을 했다고 했다. 기분 좋음과 동시에 묘한 책임감도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나는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자 제주도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길게 휴가 내기는 거의 불가능했고, 집에 오면 밀린 집안일을 하기에도 바빴고, 주말이면 밀린 약속을 소화하고 잠깐의 휴식을 하기에도 하루하루가 빠듯했다. 그렇게 스탭살이의 기억도, 제주도라는 공간도 한 때의 추억이 되어 가고 있었다.

월요일부터 화성으로 출근하시면 돼요.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 금요일 오후 발표에 월요일부터 다른 곳으로 출근하라는 다소 무리한 통보였다. 회사의 부속품이 된 기분이 들어 깊은 우울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몇 달을 무기력하게 출근하고 집에 와서 불태우며 이직 준비를 했다. 다행히 새로운 직장으로의 이직이 결정됐다.

직장을 새로 구하고 나자 다시 제주도가 떠올랐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지친 몸도, 존중 없는 일방적인 통보에 상처받은 마음도 회복할 원동력이 필요했다. 새로 갈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한달 간의 짧은 방학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원래 하고 싶었던 힐링하는 조용한 제주도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어렵게 숙소를 구하고 다시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첫 제주살이 후 5년이 지난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