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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ul 09. 2024

미국 기업입니다. 면접 원해요~

이거 혹시 스팸 아니야?

학교를 다니며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했다. 전공이 디자인이다 보니 당연히 이미지를 만드는 일을 했는데, 군대에서도 SNS 이미지를 만들었다 보니, 관련된 일을 주로 하게 됐다. 전역 후 휴학을 하고 잠시 인턴을 하고 싶어졌다. 알바몬에 설레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올려 두었다.




미국기업입니다. 면접 원해요~

휴학을 하고 인턴을 찾기 위해 올려놓은 알바몬 이력서에 메시지가 한통 도착했다. 갑자기 미국기업이라니. 면접 원해요~는 또 뭘까. 이상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검색해 보니 나름 미국에서 유명한 회사라고, 전 세계 매장만 1,000개가 넘는다고 했다. 그렇게 태어나 처음으로 뱅뱅사거리라는 곳으로 향했다.


카투사에 도전한답시고 토익 공부를 하러 강남으로 어학원을 다닌 뒤로 정말 오랜만에 찾은 강남이었는데, 빌딩숲에 또 한 번 매도당했다. 뱅뱅사거리 근처의 커다란 오피스텔의 1층에 음식점 같지 않은 흰색 인테리어의 가게가 있었다. 이 브랜드의 첫 매장이라고 했다.



잠시 뒤 도착한 대표는 짙은 화장에 긴 웨이브 머리, 뾰족한 구두와 화려한 옷까지, 어느 영화에서 본 커리어우먼 모습 그 자체였다. "우리 브랜드 스토리는 보고 오셨죠?" 브랜드에 대한 프라이드가 매우 강한 분이었다. 그동안의 경험, 하고 싶은 일, 브랜딩에 대한 생각 등 몇 번의 질답이 오간 후 대표가 말했다.



우리 같이 일해 볼래요?



면접 후 며칠 뒤에 합불 연락을 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매우 빠르고 직설적이었다. 그게 그 대표의 스타일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같이 일하기로 정해놓고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게 다소 이상하긴 했지만 그동안 학교를 다니며 틈틈이 알바를 했던 작업을 모았다. 원하는 급여 조건과 함께 메일을 보냈다.



그 조건으로는 어렵겠는데요? 



며칠이 지나 돌아온 답장에는 최저시급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월급이 적혀 있었다. 원하는 월급보다 살짝 높여 불렀던 게 화근이었던 걸까. 금전적인 부분으로 계속 이야기하는 건 조금 불편했기에, 인턴 3개월 후 원하는 급여 조건을 맞춰줄 것, 6개월 근무 후 학교에 복학할 예정이라는 조건을 달아 회신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며칠 뒤 오피스텔로 첫 출근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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