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중재, 조정, 알선, 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봄을 기다리며 한가로이 맞는 주말 오후.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유 퀴즈. ‘정의란 무엇인가’가 주제다. 법의 한계에 대해 한 판사는 ‘형사처분 자체는 최선의 처우가 아니다. 인생을 뒤바꿀 처우는 법적 처분 이후 사후관리다. 이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는 비단 형사처분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직장에서의 이뤄지는 징계도 형벌과 같기 때문이다.
괴롭힘 사실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의 조치를 해야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제5항). 그래서 조사, 괴롭힘 해당 여부 판단, 행위자에 대한 징계,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근무장소 변경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징계와 분리조치가 만사일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직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극심한 괴롭힘은 돌아올 수 없는 지경을 넘은 파괴적인 갈등'으로 비유된다(Hoel, Rayner& Cooper, 1999). 그래서 갈등 해결의 관점에서 괴롭힘에 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적 분쟁의 개입에 기초한 상황 적합 접근(contingency approach)은 괴롭힘의 서로 다른 시점에서 서로 다른 관리와 개입전략이 효과적임을 강조한다. 당사자의 의사소통 정도, 각자의 인식과 이미지 그리고 그들의 관계, 분쟁의 명확한 이슈, 예측 가능한 결과물을 고려해 제3자는 괴롭힘의 단계(파괴, 분리, 대립, 대화)에 따라 순차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파괴 단계에서는 폭력으로부터 통제해야 한다. 무관용 정책, 당사자 분리를 하고 관계가 안정되면 당사자의 수용성을 고려해 중요한 이슈를 명확히 하는 중재, 또는 압박식 조정(mediation with muscle ; Fisher, 1990)이 필요하다. 분리 단계에서는 경쟁과 적대감이 우세하다. 중재나 압박식 조정을 시행하고, 적대감이 통제되면 신뢰와 상호 존중의 관계 개선 조치를 한다. 대립 단계에서는 신뢰와 존경이 위협되고 왜곡된 인식과 고정관념이 나타난다. 직접 관계 문제를 다루는 상담(consultation) 후에 실질적 이슈에 대해 조정(mediation)을 시행할 수 있다. 대화 단계에서는 당사자 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서로의 인식이 현실에 근거하도록 개방적 커뮤니케이션을 촉진(conciliation)하여 당사자들이 직접 협상하도록 도울 수 있다(Fisher & Keashly, 1990).
직장 내 괴롭힘 신고제도는 종속관계에서 말하기 어려웠던 괴롭힘 상황을 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래서 괴롭힘 금지제도의 종착점은 당사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직장 생활이어야 한다. 특히 괴롭힘에 대한 개입은 '파괴 단계'에서 '대화 단계'로 직접 이동보다는 갈등을 완화해야 하는 필요성을 서로가 인식해 단계적으로 갈등을 줄여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 사람에 대한 징계는 형사처분과 마찬가지로 인생을 뒤바꿀 수 있고, 사후관리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 이글은 Keashly, L., Minkowitz, H., & Nowell, B. L. (2020). ‘Conflict, conflict resolution and workplace bullying. Bullying and harassment in the workplace developments in theory, Research, and Practice, 331-362.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