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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이 Dec 24. 2023

크리스마스 선물

이걸로 주세요. 

어제 동네 서점의 아르바이트 면접을 봤다. 

서점을 해야겠다 생각하기 전부터 눈여겨보고 실제 방문해 책도 구매했던 곳인데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바로 지원했다.

비록 월급도 적고 두 달의 짧은 기간이지만 고양이들이 있는 작은 서점의 일과는 이렇구나를 어느 정도 체험해 보고 싶기도 했고, 매일을 고양이와 좋은 음악과 책에 둘러싸여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감성 가득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글을 쓸 수도 있는, 심지어 매출 걱정 없이 월급을 받을 수 있다니! 

나 같은 사람에게는 꿈의 직장 같은 곳이랄까. 


최종 합격자에게 연락을 준다는 게시물을 읽었기에 혹시 내가 채용된 걸까 하는 기대를 갖고 인터뷰에 응했다. 물론 나 말고 다른 분도 면접 일정이 잡혀 있었다. 아마 지금쯤 보셨으려나?

사실 면접이라기보다는 수다에 가까운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이 책방을 열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런저런 업무를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고양이 이야기만 계속한 것 같다. 

귀여운 치돌이와 고돌이는 곁에서 꾸벅꾸벅 졸며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춥고 어두운 날이었지만 서점 안의 공기는 난로와 고양이 이야기로 피어난 웃음 덕에 따뜻했다.


이렇게 면접 보는 게 맞는 건가? 하고 웃으며 나오는 길, 나는 정말 이곳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내가 무언가 간절히 특히 일자리를 간절히 원했던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새삼스러웠다. 

레진공예를 그만둔 뒤로는 정말로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래서 취업이 잘 된다는 컴퓨터 디자인 학원을 다녀보기도 하고, 친구의 추천으로 보험 자격증도 따고, 막연히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고 일 할 자리가 많다는 이유로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고 있기도 하지만 이 중 어떤 것도 너무 하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는 없었다.  


1년 만에 찾은 간절히 원하는 것. 부디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 연락 주신다고 했는데 기왕이면 내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합격 통보를 보내주시길.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도 원하는 선물이 가득 전해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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