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한 한 달이었다.
바리스타 학원을 꾸준히 다녔고(오늘 1급 시험에 합격했다. 오예!) 서점에 대한 꿈을 갖고 열심히 투어를 다녔으며, 크리스마스 전 봤던 서점 스태프 면접에도 합격해 1월부터 출근을 하게 되었다.
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책을 읽고 글도 많이 썼다.
학생 시절을 제외하고 가장 문화적으로 풍부한 시간을 보낸 날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나의 내면이 이렇게 가득 채워져 가고 있는 사이 베란다의 재활용 쓰레기들도 함께 가득 차버렸다.
요즘 나의 상태가 궁금하다면 불시에 우리 집을 방문해 보면 알 수 있다.
우울하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는 집 안이 거의 쓰레기장이다. 청결도에 있어서 나와 비슷한 민감도를 갖고 있는 남편을 만난 것에 감사하다. 이 시기에는 내 몸 하나 씻는 것도 귀찮아서 바닥에 드러누워 있곤 했다.
보통의 시기에는 그래도 깨끗하다. 매일같이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데 신경을 쏟는다. 예전에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화장실과 싱크대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바닥에 고양이들이 남긴 흔적들도 없애려 부단히 움직인다. 적은 양의 쓰레기라도 그날그날 가져다 버리려고 노력한다.
지금처럼 지나치게 업 되어 있는 시기엔 또 다른 집이 된다.
대충 훑어보기엔 깨끗해 보이지만 사실 냉장고 안에는 유통기한 지난 요거트가 있고, 베란다엔 버리지 않은 재활용품들이 쌓여 있으며 가스레인지 주변도 어딘지 꾀죄죄하다.
몸이 불편한 건 아니니 치우긴 해야겠는데 내가 관심 있는 무언가를 더 집중해서 하기 위해 디테일한 청소나 시간과 힘이 들어야 되는 일들을 자꾸 미루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달은 남편과 정말 술을 많이 마셨다. 최근에는 나름 자제하고 있지만 결혼 후 5년간 배달이 전무한 지역에만 살다가 접한 배달 문화는 정말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각자 소주와 맥주파(혹은 와인파)로 나뉘다 보니 나오는 병의 개수도 적지 않다. 그렇게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공부하고 글쓰기 위해 조금씩 미뤄뒀던 재활용쓰레기가 어느 순간 눈에 띄게 거대해져 버렸다. 게을러 보이겠지만 정말 나는 쓰레기 버릴 결심을 하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은 시험에 합격한 덕분에, 다음 주부터 독립서점에 출근하게 된 일 덕분에 또 출근복을 인터넷으로 여러 벌 구매했는데 모두 성공한 덕분에 기분이 무척이나 좋은 날이므로 요 며칠 못했던 글쓰기와 독서를 하며 푹 쉴 예정이다. 그리고 내일 모든 쓰레기를 버리고 대청소를 하겠다! 정말로...!
다가올 2024년은 그저 보통의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열심히 쓸고 닦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