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시작인 나에게

by 딥페이지

거창하진 않지만, 나는 조금씩 내 삶을 바꾸려 노력하는 편이다. 계획이란 것도 세우고 항상 시작은 좋으나, 끝맺음이 늘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다. 학창 시절부터 그렇게나 하고 싶었던 공부를,

이제서야 다시 시작하려 한다. 그때의 나는 학생이자 가장이었고, 먹고사는 일이 늘 우선이었다.

안 맞는 회사를 다녀야 했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선택’이라기보다는 그저 어찌어찌 버텨낸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이 스무 살, 스물한 살까지 이어졌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그럼 20대 중반부터 하면 되지 않았어?”그랬다면 마음 속에 응어리져있진 않았을 거 같다. 하지만 공황장애가 생긴 이후, 몸은 하나둘 고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 채 병원을 전전했고, 예민함은 늘 한계치에 닿아 있었다.

공부는커녕 일상생활조차 버거운 날들이 이어졌다.


20대 후반에 들어서서야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을 해보았지만, 그것 또한 오래가진 못했다.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있었고, 내가 앓고 있는 정신질환은 사회생활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며 시간을 건너왔다.


그리고 맞이한 서른두 번째 해. 나는 사이버대학교 진학을 확정했고, 3월부터 ‘26학번’이 된다.

서른둘에 26학번이라니. 다시 공부를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어안이 벙벙하고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드디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볼 수 있게 됐다는 감정이 먼저 앞선다.


학창 시절의 나는 늘 환경 탓, 상황 탓, 금전 탓을 하며 살았다. 실제로 환경은 좋지 않았었고, 세상에 대한 원망이 가득 했고 학생이 공부보다 저녁밥 걱정을 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공부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남아 있었다. 그 소망에 이제야 한 발짝 다가선 것이, 오늘의 나를 살게 하고 내일의 나를 버티게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나에게’를 연재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응원도 받았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건 여전히 신기한 일이다. 글은 언제나 소비되는 것이고,

그 소비가 많아진다는 건 공감이 쌓이고 있다는 뜻일 테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그렇다고 지금 글을 미친듯이 잘 쓰는 사람이 됐느냐..? 아니.. 그냥 내 생각을 흐름이 끊기지 않는 정도로만 쓴다..


아마 앞으로의 나는 평생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언젠가는 책 한 권 내보는 것도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멋모르고 시작한 브런치를 통해 더 성장할 기회를 얻었고, 내 안에 쌓여 있던 이야기들을 꺼내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느낀다.


계획과 다르게 어느덧 30화까지 왔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성찰하고, 조금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브런치 안에서, 그리고 내 삶 안에서 딥페이지가 가야 할 방향은 아마 그 지점일 것이다.


30주 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더 재밌고 사람냄새 나는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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