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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Jun 13. 2024

창밖엔 모내기

2024. 06. 06. 그림일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의 신도시쯤 된다.

그래서 창밖엔 산과 논밭이 펼쳐져 있고 날마다 풍경이 자란다.

작은 저수지에는 흰 왜가리와 청둥오리도 놀러 온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창밖에 흰 왜가리 한 마리가 녹음을 가르고 비상하는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다.


요즘엔 날이 일찍 밝아서 금세 해가 나니까 아침산책도 일찍 나가야 된다.

풀꽃, 야생화들이 벌써 씨앗을 맺어버리고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하긴, 마늘 양파 감자를 수확하는 철이니까 들판의 순환에는 각자의 시계가 따로 있겠구나!


모내기를 준비하는 작은 논을 보고 가까이 갔다.

이앙기에 올릴 예쁜 모판이 물속에 잠겨있다.

어릴 때 우리 논에도 저런 모판이 자랐었는데......

어른들이 어린 모를 한주먹씩 쥐고 조금씩 뜯어내며 모심기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지금은 농사철에도 논밭에 일하는 사람이 별로 안 보인다.

이른 아침부터 기계들이 일하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물을 잡아 놓아서 번들번들하던 논이 다음날 보면 어느새 모내기가 끝나버렸다.


저 어린 모가 익은 벼가 될 때까지 난 거실에 앉아 지켜볼 수가 있다.

며칠 후엔 튼실한 포기벼가 되고 키가 크고, 나락모가지를 내밀고 누렇게 익어 가겠지.

올해는 꼭 벼베기 하는 날도 지켜보고 싶다.

작년에는 내가 안 볼 때 확--벼를 베버려서 서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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