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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Jun 26. 2024

땡큐! 양 후남

입다물면 차도녀, 입만 열면 산골녀

나도 그 집 갓난아기 보고 싶어.

톡에 올려주는 사진만으로는 양이 안 찬다고.

젖내가 폴폴 나는 아기를 꼭 안아보고 싶어.


옹골진 아들 손주가 둘이 되었으니, 딸내미 곁에서 수발하느라 애쓰지?

힘은 들어도 얼마나 신통하고 고마울까!

자기 남편, 그러니까 우리 큰 남동생이 가끔 톡에 자랑하는 사진을 보면서 난 부러워만 하고 있지.


지난 5월에 아들 결혼식도 어쩜 그렇게 멋지게 치러냈는지.

아들 쌍둥이, 조카들이 벌써 의젓한 어른이 됐으니 세월 참 화살같이 가버렸네.


우리 동생의 댁, 양 후남을 생각하면 "저리도 술술 물 흐르듯 풀려가는 인생은 드물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

물론 젊은 시절엔 자기도 시련이 있었고 애태우는 시간도 많이 보냈지.

그래도 그 세월 현명하게 잘 버텨내고, 갈수록 남부러운 가정의 중심을 지켜주니 참 고마워!




손위시누가 다섯인 집에 시집을 오다니.

더군다나 시부모도 안 계시고, 재산도 부실하고, 직장 번듯한 신랑도 아닌 자리로 짝을 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처음 자기를 보았을 때 우리 모두 깜짝 놀랐잖아.

일단 너무 예뻤고, 용감한 패션, 핫팬츠라니?

그런데 입여는 순간, 정신 번쩍 나는 그 사투리는 또 뭐냐고?

아이고, 순창 산골짜기 딸부잣집에서 나셨다고요.


스스럼없는 웃음에 친근한 태도까지 진짜로 엄청 낯설었지.

자기 시누들이 처음엔 상당히 근엄한 편이잖아.

근데 뭐 자기는 아랑곳없이 천진하더구먼.

보는 우리들만 은근히 걱정을 했었다니까.

남동생이 처음 데려온 색시감이 불안 불안했던 거지.


그런데 웬걸!

자기가 우리 남동생과 결혼하고 나서 시누들은 완전 친정 엄마가 새로 생긴 듯 흡족해했지.

명절, 제사, 가까이 사는 일가친척들 챙기는 일하며 진짜로 남동생네가 오빠네처럼 느껴지는 거야.

거기에다 이란성쌍둥이로 아들, 딸을 한 번에 낳았잖아.

자기 일도 하면서, 쌍둥이 키우면서, 집안 대소사를 빠뜨리지 않고, 좋은 낯꽃으로 우리를 대해주니 우리가 어찌 고맙지 않았겠어?


"고모, 겉절이 좀 싸주께 갖고 가서 먹어."

이러면서 한보퉁이씩 챙겨주는 게 꼭 친정엄마 같고......

많은 식구들 한꺼번에 밥 챙겨 먹이는 일이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잖아.

자기는 손도 크게 장만해서 조카들까지도 모이는 대식구를 치르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해.

시누들이 돕는다고는 하지만 모두 자기 일이지. 고맙고 미안해.


우리 큰 남동생이 워낙 대식구 모이는 걸 좋아하잖아.

그 덕분에 양 후남이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다고 할 때마다 자기가 그랬지.

"우리 친정도 대식구잖요, 저 양반도 처갓집 가면 동네 사위여."

그게 사실이면 참 다행이야.

우리 시누들의 부채감이 아주 조금은 덜어지거든.




우리 칠 남매의 중심, 큰 남동생의 안락한 집안의 안주인, 양 후남여사.

양 후남 여사도 이제 며느리, 사위, 손주들까지 거느린 집안 어른이 됐잖아.

앞으로는 시누들과 조카들 포함한 대식구 건사하는 일 말고, 오붓하게 자기 울안 식구들하고 대소사를 치러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아마도 우리 남동생이 서운해하겠지만 차츰 한 가지씩 줄여 가야겠지.

지금까지 조실부모한 남자 따라와서, 이만큼 집안을 지켜준 것만으로도 안주인 역할은 넘치도록 잘한 거지.

나뿐 아니라 다른 언니들도 똑같은 생각이야.


멋지고 세련된 스타일 그대로!

한마디 툭 던지는 명쾌한 화법 그대로!

집안에선 젊은 할머니의 건강과 지혜 그대로!


당신 덕분에 칠 남매 대가족이 이해타산 없이 화목하고, 서로 자랑스럽게 잘 살고 있어요.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4년 6월 26일 / 막내고모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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